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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이순 Jun 14. 2022

프로덕트 개발 기반 닦기

협업 도구보다 협업 문화가 먼저다

들어가는 말

협업툴 도입이 대세다. 원격근무가 일상이 된 온라인 비즈니스에서는 당연시되고 있고, 그에 더해 스크럼, 애자일 등 변화한 시장에 맞는 프로덕트 개발방법론을 조직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는 시대의 요구이고 변화에 적응하려는 조직의 전략이다.


가히 협업툴 홍수 시대다. 지라, 슬랙, 잔디, 라인웍스, 플로우, 트렐로, 카카오워크,노션, 구글 워크스페이스, MS팀즈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메신저가 목적인지, 프로젝트 일정관리가 목적인지, 축적된 문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 목적인지에 따라 취사선택하면 된다. 툴을 도입하고, 매뉴얼을 공유하고, 프로젝트를 툴에 맞게 활용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협업툴 도입이 만능인가

툴은 툴이다. 좋은 칼을 쓴다고 좋은 요리를 만든다는 보장이 없듯 툴 또한 마찬가지다. 목적과 비전 없는 사람, 협업 문화가 없는 조직이 툴만 도입한다고 프로덕트가 잘 만들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협업툴과 개발방법론 등으로 시너지 넘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조직을 꾸리고 싶다면, 확립된 비전과 비즈니스 목표를 구성원 모두에게 심어놓고, 협업 가능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그 외에는 모두 사족이다.






문제는 문화야

언젠가 회사에서 발표하기를, 우리 조직이 슬랙을 가장 잘 활용하는 조직으로 선정되었다고 했다. 허들(오디오챗)과 메시지 공유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한 조직이라나? 나는 그런가? 하고 넘겼다. 말을 많이 주고받았다고 해서 프로덕트를 잘 개발했다고, 매출과 이익개선을 이끌어냈다고, 조직의 비전을 잘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물음표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우리 조직은 다음 중 몇 가지 사항에 해당하는지를.


1. 정보 불균형이 심하다. (조직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특정 몇몇만 알고 있다)
2. 업무 불균형이 심하다. (일하는 사람만 일한다)
3. 과업 변경이 잦다 (경영진의 판단이 전 뒤짚듯 수시로 바뀐다)
4. 회의가 잦다 (회의에서 결정짓는 안건이 거의 없다)
5. 보고가 잦다 (경영진이 수시로 보고자료를 요청한다)
6. 소통이 일방향이다 (리더의 지시, 실무진의 이행만 있다)


문제는 조직 문화다. 위 몇 가지 예시에서 보듯 조직 문화가 현대화되지 않은 조직은 아무리 현대화된 협업툴과 애자일스러운 개발 방법론을 적용하더라도 시너지를 내긴 어렵다. 조직이 슬랙을 사용하고 지라를 활용한다고 해서 멋진 프로덕트를 만들어내고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까.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뭘 해야 할까. 정확하게 위 리스트를 반대로 적용하면 된다. 극비 정보를 제외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며, 개개인의 역량에 맞게 업무 분담을 하고, 비전과 목표를 수시로 바꾸지 않으며, 회의 규칙을 준수하며 (회의 시간 준수, 안건 외에 다른 내용을 논의하지 않는 것, 꼭 필요한 대상자만 참석하도록 하는 것 등), 불필요한 보고를 최소화하여 실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리더와 경영진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일. 그게 먼저다. 물론 이외에도 많겠지만, 능력있는 프로덕트 매니저나 프로덕트 오너를 채용하기 전에 협업 가능한 조직문화가 세팅되어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임금과 복지 외에는 잘 신경쓰지 않는다.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뜬구름 같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경영진이 폐쇄적이고 일방향적이며 변덕이 심한데다 단기 이익에만 몰두하면 (게다가 인간을 도구로 보기까지 한다면), 그 경영진의 주변에는 그의 성향과 비슷하고 옹호하는 인문들로 채워질 것이고, 팀 또한 그러한 성격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애자일을 외친다고 애자일스럽게 일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멋들어진 협업툴을 도입한다고 해서 협업을 잘할 수는 없다. 도구는 '사람'이 잘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 도구를 손에 쥔 '사람'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착각에 빠져 있다.  






맺는 글

최근 한 업무를 수행했다. 결과를 공유했고 피드백을 기다렸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잘했다, 아쉽다, 어떤 것을 보완했으면 좋겠다, 기대 이상이었다, 추가로 이걸 해줬으면 좋겠다 등등 어떠한 반응이라도 나온다면, 그에 맞게 과업 수행 방식을 개선하거나 발전시켜보려고 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 혹은 개선이 필요한지, 아니 어쩌면 무용한지를 알지 못했다. 한번은 회의에서 내가 어떠한 업무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적도 있었다. 나도 모르는 나의 과업을 나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 사내에는 슬랙과 메일, 컨플루언스 등 여러 소통 채널이 존재했지만 무용했다. 협업을 할 수 없는 문화 속에서 협업툴은 무쓸모했다.


이것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회고의 결과다. 방향을 읽을 수 없는 곳에서 일한다는 것. 그건 눈을 감고 살아가는 일과 같았다. 우리는 지금 프로덕트 개발 도구와 방법론에 얽매여서 정작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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