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다이어트
발레를 꾸준히 하면서부터 조금씩 얼굴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심지어 몸이 탄탄해보인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 소리엔 너무나 깜짝 놀랐다.
정말 솔직하게 몸이 탄탄할 만큼은 아직도 너무 멀었다는 걸 알기에.
그럼 뭐가 그렇게 달라졌을까?
살이 빠졌냐고?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은 No에 가깝다.
그렇다고 전혀 변화가 없는 건 아니다.
이게 대체 무슨 얘기냐면,
몸무게는 드라마틱한 차이가 없다.
한달에 1-2킬로정도 감소하긴 했지만,
그 마저도 주말에 조금 과하게 먹는다 싶으면 다시 쭈욱 올라왔다.
하지만 분명한건, 다시 올라온 그 몸무게도
다시 또 금방 내려간다.
그러니까 비록 1-2킬로 정도 밖에 안빠졌지만,
그 빠진 몸무게를 유지하려는 자발적인 내 몸의 흐름이 느껴진달까?
아이를 두 번이나 출산하기도 했지만,
꼬꼬맹이 시절부터 팔다리는 가늘어도 똥배만큼은 놀랍도록 1등급으로 나왔던
내 체형을 생각하면 아무리 배에 힘을주고 발끝으로 온 몸을 지탱한다해도
40년을 넘치게 나와있던 배가 단번에 쑤욱 들어가서
탄탄한 복근을 만드는건 말이 안될 것이다.
하지만, 옆구리와 뒷구리의 살이 아주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눈에 확띄게 살이 빠졌어! 는 아니다.
그런데 뭐랄가, 다리를 번쩍 드는 바뜨망 동작을 할 때
처음에는 나의 살이 참 걸리적 거리면서 다리가 안 올라갔는데
점차 올라가는 각도가 수월해진다.
이건 그냥 노력으로 되는것보다도 걸리적거리는 살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동작이다.
그러다보니 옷을 입으면 라인이 조금 예뻐지기 시작했다.
전에는 옷을 입으면 그냥 보기 흉한 살을 가리는게 전부였는데
이젠 옷에 뭔가 공간이 조금 생긴 여유로움이 조금씩 느껴지니 기분이 좋다.
특히 입으면 민망한 레오타드를 입을 때,
전에는 올록볼록 뒤룩뒤룩 보기싫은 몸이었는데
지금은 여전히 살이 올록볼록하지만, 뭐랄까 튀어나온 범위가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으로
레오타드의 선도 나날이 예뻐지고 있는 걸 느낀다.
그러니까 이 변화는,
정확히 말하자면 살이 푹 빠진다기보다는
군살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가장 빛나게 해주는 것!
그것은 바로 자세다.
그냥 툭 서있는 자세.
어깨에 힘을 빼고 허리를 세우고 목을 길게 뽑아
정수리가 하늘을 찌르듯 곧게 선 자세가 힘들지 않고 잡혀간다.
자세가 바르니 어깨도 턱에도 긴장이 들어가지 않아 자연스럽게 풀어져있고
쇄골이랑 목뼈가 또렷하게 나오기 시작하니까
전체적인 얼굴의 윤곽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은,
그러니가 살이 확 빠졌다라는 말보다는
자세와 표정이 온화해져서 보는 사람이 기분좋은 인상을 받는다는 말일 것이다.
발레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강도가 높아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안될 수가 없는 동작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살이 빠지긴한다.
하지만 단순히 발레만으로는 어렵다.
식이요법이 병행되면 훅훅 살이 빠질 것은 너무 당연한데,
그렇게 되면 나는 이 긴 호흡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매일 조금씩 근력이 붙고, 근육이 수축하고
관절이 이완되듯이 느리게 꾸준하게 변화가 시작되는 걸 느낀다.
더 꾸준히 하다보면 가속이 붙는 순간도 오겠지.
한 사이즈 작은 레오타드를 입는 그 날까지.
꾸준히 발레 풀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