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발레를 시작하던 날,
처음 매트를 펴서 구부정하게 앉아있던 그 날.
레벨중에서도 1-1-1-1-1 쯤 되는 초초초초급 레벨을 위해서,
전체의 몸을 ㄴ모양으로 만들고 시작을 한다.
다리는 앞으로 쭉 뻗고 허리를 곧게 펴는 자세.
이건 누구나 하는 거잖아? 하고 다리를 펴고 허리를 드는 순간,
찌릿- 고통과 함께 곧바로 나의 척추는 C자를 만들며 수그러들었다.
이게 아닌데? 다시 도전.
다리를 그냥 곧게 펴고 앉는 그 단순한 동작이 이렇게 땀을 줄줄 흘릴 일인가.
자, 한번 시도해보라.
허리를 쭈욱 하늘로 올라가듯이 펴면서 다리를 앞으로 평행이 되게 쭈욱 편다.
무릎 뒤쪽이 바닥에 밀착되면서 발등을 주욱 앞으로 밀어서
발가락이 튀어나오지 않고 앞으로 쏘듯이 쭈욱.
그 다음은 그 상태에서 발가락을 하늘로 그리고 다시 나를 향할만큼 주욱 당겨오기.
당연히 무릎은 땅에서 떨어지면 안된다.
물론, 허리도 변함없이 고정된 채로 꼿꼿하게.
이제 그 상태를 1분씩 번갈아서 유지한다.
된다고? 축하한다. 당신은 소질이 있음에 틀림없다.
아니면 바른자세인간으로 살아왔거나.
그 자세를 기본으로 편히 시작하는데 두달이 걸린 나란 여자.
이렇게나 더딜 수가 있을까 싶지만,
꾸준함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짙다.
여전히 발끝을 내 몸을 향해 당겨오는 동작은 오금이 너무 아픈 날도 있다.
예전에는 이 동작이 고문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고통 속의 쾌감이 있다.
왜냐하면 이 동작이 지나고 몸이 풀려야
내가 좋아하는 예쁜 동작을 무리없이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40년을 호흡만 하면 살아온 내가
어떤 포즈를 취하고, 힘을 주면서 동작을 해낸다는 일 자체가 놀라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