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나나 우유의 비밀
반짝반짝 해가 빛나는 어느 숲 속에는 우유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멋지지 않나요? 우유 강은 햇살을 받아서 반짝거리는 하얀 눈처럼 보이기도 했답니다. 그 우유강을 둘러싸고 자리 잡은 숲 속에는 작은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체구가 작은 꼬마 사람들과 동물들이 함께 우유를 나누어 마시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바나나를 따다 섞어서 마시면 더 근사한 맛이 나지만 안타깝게도 바나나 나무는 아주 높은 곳에 있어서 따러 가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가끔씩 동물들이 힘들게 바나나를 따오면 꼬마 사람들은 과일을 모아서 우유와 섞어서 과일 쉐이크도 만들어 먹었답니다. 어떨 때에는 바나나가 우유강으로 떨어져서 동동 떠내려 오기도 한답니다. 꼬마 사람들이 고소한 빵을 구우면 동물들도 모두 모여서 빵에 우유를 흠뻑 적셔서 먹곤 했지요. 밤이 깊어지면 모닥불을 피워서 우유죽을 끓여서 함께 나눠먹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춤을 추기도 했답니다. 꼬마 사람들도 동물들도 모두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어요. 우유 강에 바나나가 잔뜩 떠내려 오기 시작했어요. 꼬마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맛있는 바나나 우유를 먹었답니다. 그러다 일주일이 지나자 이번에는 우유강이 점점 줄어들더니, 결국 우유 강이 흐르지 않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몇날 며칠을 기다렸습니다. 기도도 해보고 우유강가를 조금 더 파보기도 했지만 우유강은 딱 멈춰서 더 흐르지 않게 되었어요. 바나나 우유는커녕 그냥 하얀 우유조차 먹을 수 없게 된 꼬마사람들과 동물들은 모두 배도 고프고 목이 말라 지쳐갔습니다. 결국 우유 강이 흐르지 않는 이유를 찾으러 강을 따라 올라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꼬마 사람들은 모두 모여서 누가 강 위쪽으로 산을 올라갈 것인지 의논했답니다.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힘찬이와 가장 영리한 똑똑이 그리고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우정이가 팀을 꾸려서 출발했습니다. 숲 속은 점점 더 깊어지고, 길도 험했지만, 세 친구들은 쉬지 않고 부지런히 올라갔습니다. 나무 가지를 제치고 바위를 넘어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점점 조금 넓은 길이 나타났습니다. 세 친구는 넓은 길을 오르기 전에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쉬고 있으려니 조금 더 위쪽에서‘첨벙’하고 뭔가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소리지?”
“글쎄, 우유강이 가까워지는 거 같은데?”
“얼른 올라가보자.”
세 친구는 수상한 소리를 따라서 다시 올라갔습니다.
“어? 저기 우유강이 막혀있다!”
“어디?”
세 친구가 고개를 들어보니 과연 우유강 중간에 거대한 나무뿌리 같은 게 가로질러
놓여 있어서 강이 흐르는 걸 막고 있지 뭐에요? 나무뿌리를 타고 올라가 안쪽을 보
니 우유가 고여 있고, 거기에 수십 개의 바나나가 둥둥 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얘들아! 이것 좀 봐! 우유강이 막혀 있고 바나나가 들어있어!”
우정이의 말에 힘찬이가 가서 힘껏 들어 올려 보았지만 나무뿌리는 꿈쩍도 하지 않
았습니다. 그 때 였어요. 바나나가 잔뜩 떠 있던 우유강이 순식간에 소용돌이 모양
으로 휘말려 위쪽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놀란 가운데 똑똑이가
침착하게 주변을 살피더니 말했어요.
“잠깐만 기다려봐. 나무뿌리가 저기 커다란 바위랑 이어져 있어. 저 바위로 올라가는 것 같은데?”
세 친구들은 뿌리와 이어진 바위 근처로 다가갔어요. 바로 그 때, 커다란 바위가 빙그르르 움직이는 게 아니겠어요?
“누구야? 너희들은?”
굵은 목소리가 울리는 곳을 올려다보니, 맙소사! 그것은 바위가 아니라 커다란 용이었어요. 우유 강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용의 꼬리였던 것이에요. 세 친구들은 모두 놀랐어요. 하지만 곧 우정이가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저기 아래 마을에서 왔어. 내 이름은 우정이라고 해. 친구들과 같이 왔어.”
“안녕? 난 똑똑이야.”
“난 힘찬이라고 해!”
친구들도 따라서 인사를 했어요.
“넌 이름이 뭐니?”
우정이가 용에게 다시 물었어요.
용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대답했어요.
“난 용용이야.”
잠시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에, 용이 다시 말했습니다.
“저 아래에 사람들이 산단 말이지? 그런데 너희가 여긴 무슨 일이지?”
“음, 우리는 저 아래 마을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어. 매일 우유강에서 우유를 떠 마시는데 며칠 째 우유강이 흐르지 않아서 올라와 본거야. 지금 보니 네 꼬리가 우유강을 막고 있어서 강이 멈춰버린 거 같은데 마을 사람들도 동물들도 모두 목이 말라해. 네 꼬리를 좀 옮겨 줄 수 없겠니?”
우정이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용용이는 허공을 향해 불을 화르륵 뿜었어요.
“싫어. 그렇게는 못하겠어.”
“왜 이러고 있는 건데?”
보다 못한 힘찬이가 참견했어요.
용용이는 잠시 얼굴을 붉히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며칠 째 바나나 우유가 먹고 싶어서 바나나를 따서 강에 넣었어. 하지만 강이 자꾸 흘러가버리는 바람에 하나도 먹지 못했단 말이야. 이제 바나나 우유를 실컷 먹을 수 있는데 내가 왜 꼬리를 치워야 해? 절대 못해!”
바나나 우유가 먹고 싶었던 용용이는 바나나를 열심히 따서 우유 강에 던져 넣었는데, 물살에 휩쓸려 바나나가 자꾸 떠내려가 버리는 것에 화가 나서 꼬리로 우유강이 흘러가지 못하게 꼭 막아 버렸던 것이었어요.
“이럴 수가! 그럼 그 바나나 우유를 먹으려고 너 혼자 이 강을 다 차지하겠다는 거야?”
힘찬이가 바위를 내리치며 화를 냈습니다.
용용이도 지지 않고 불을 뿜어대며 말했어요.
“이 강이 너희들 거라도 되? 그동안 내가 던져 놓은 바나나를 너희가 다 먹었을 거 아냐? 이제 나도 실컷 먹고 싶다구!”
“어쩌면 좋지?”
우정이가 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여태까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똑똑이가 말을 꺼냈습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뭔데?”
나머지 두 친구도 불을 뿜던 용용이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잘 생각해 봐. 우유강이 멈추기 전 우리는 우유강에 바나나가 떠 내려와서 신나했잖아. 평소에 먹기 힘들었으니까. 용용이는 바나나 우유가 먹고 싶은데 우유강에 바나나를 넣으면 자꾸 떠내려가서 먹을 수가 없다고 했어. 용용이도, 우리도 우유를 먹어야하니까 다 같이 힘을 합치면 되.”
“힘을 합친다고?”
“어떻게?”
“너희들과 내가?!”
용용이도 황당한 듯 되물었어요. 똑똑이는 씨익 웃으며 계속 말했습니다.
“우리는 바나나를 따러 산을 오르기가 쉽지 않잖아? 용용이는 힘도 세고 날 수도 있으니까 바나나를 많이 따서 우유강에 넣어주는 거야. 그리고 우리는 마을에서 내려오는 바나나를 잘 모아뒀다가 용용이가 바나나를 따서 넣고 내려오면 모두 함께 나눠 마시면 되지 않을까?”
똑똑이의 얘기를 듣고 나서 두 친구의 얼굴이 환해졌어요. 그 때, 용용이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내가 바나나를 따면 너희들이 바나나를 모아 주겠다고? 그럼, 나와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얘기야?”
자신없는 용용이의 목소리가 점점 더 줄어들었어요. 그러자 우정이가 말했어요.
“물론이지! 원래 친구끼리는 서로 돕기도 하고 맛있는 걸 나눠 먹기도 하는 거야!”
수줍은 듯, 용용이의 양 볼이 빨개졌습니다. 알고 보니 용용이도 숲 속 깊은 곳에서 혼자 사는 것이 외로웠나 봐요. 세 친구는 밝게 웃으며 용용이의 손과 꼬리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용용이가 꼬리를 들자마자, 바나나가 가득 담긴 우유강이 힘차게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세 친구는 용용이의 등에 올라타서 훨훨 날아 마을로 내려왔어요. 이들을 본 마을 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시 흐르는 우유강과 그 안에 가득한 바나나로 맛있는 바나나 우유가 완성되어 있었답니다. 마을 사람들과 동물들, 세 친구들 그리고 용용이까지 이제 모두 한 가족이 되어 맛있는 우유를 함께 나누어 마셨답니다.
숲 속은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요. 힘찬이는 용용이의 등에 올라타 매일 함께 과일을 따기 위해 산 위로 날아갔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동물들은 다시 우유를 길어와 빵을 굽고 죽을 만들고 바나나 우유를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고 멀리 우리가 사는 이곳까지 바나나 우유를 팔기도 하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여러분이 마시는 그 바나나 우유, 어디서 온 건지 이제 알겠죠? 궁금하다면 여러분도 우유강이 있는 숲 속 마을로 놀러오세요! 맛있는 바나나 우유를 나누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