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끔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무심코 물어뜯는 손톱이 어느 새, 매우 단단하다.
화들짝 놀라서 손톱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매우 단단하고 건조하게 굳어진 손톱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할머니가 손톱과 발톱을 깎아달라고 부탁하시면
커다란 손톱깎이로 있는 힘을 다 줘서 꾹 눌러야했던 기억,
그래도 안 될 때는 아빠를 불렀던 기억이 스쳤다.
아, 나이가 들어가는 게 이런 거구나.
흰머리나 주름들은 눈에 잘 띄기나 하지.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손톱이 이렇게 굳어가는 건 몰랐구나.
살아온 시간만큼의 고집과 시간이 섞여 단단히 굳어지고 휘어져가는 손톱을 바라본다.
남이 힘주어 잘라주지 않으면 혼자서 끊기조차 힘들 정도로 굳어져가는 그것들을 보며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나의 아집들,
내가 옳다고 우겨왔던 생각들이
내 손끝에 고여있는 것만 같아서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아이의 손톱은 얇은 종이같다.
너무 얇아 잘 바스라지기 때문에 눈썹 다듬는 가위로 조심조심 잘라줘야한다.
가위로 자르면 얇고 힘없는 아이의 손톱은 동그르르 말리기도 한다.
아이의 손톱.
내 손톱.
이런걸까.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생이 단단히 굳어진,
두꺼운 손톱 발톱을 키우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