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3~2022.10.30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얼마 전 제임스웹이 지구로 보내온 별들이 가득한 사진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사진 속의 무수한 별들은 다 다른 시간대의 것이겠구나.
과거와 현재가 함께 뒤엉켜 있는 시간의 궤적이구나.
우리는 늘 과거 속에 살고 있습니다.
빛과 소리가 나에게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을 영원한 과거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당신의 모습은 1억 분의 1초 전의 당신의 모습이며,
내가 듣고 있는 당신의 목소리는 0.003초 전의 당신의 목소리입니다.
우리는 지금 현재의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 사랑은 미세하게 조금씩 지연되어 전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우주의 길고 긴 시간에서 보면 라이카와 벨카의 200년도 어쩌면,
그런 찰나의 순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둘은 아주 찰나의 시간이 엇갈렸을 뿐이고,
그 둘의 인생이 별빛이라면 어쩌면 함께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아주 살짝 과거인 당신의 모습처럼.
그리고 한눈에 올려다보는 다른 시간대의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처럼요.
이 이야기는 라이카와 벨카가 환한 플라네타리움이 켜진 기억의 방에서
다시 만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차가운 재료들로 가장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오히려 더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잃어버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잘 전달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사실 벨카는 야사 B행성의 기억의 방을 떠나는 날 밤.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이 나오는 꿈을 꿉니다.
화성의 부드러운 모래를 털어내고 화성 반대편에 남겨진 두 로버가
서로를 향해 길고 긴 시간을 달려 어느덧 다시 만나는 꿈이요.
그렇게 벨카는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이곳에 도착할(아니, 돌아 올) 라이카가
자신을 찾아내리란 확신을 얻습니다.
야사 B행성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인 행성이므로
그리고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비가 내리는 행성이므로,
푸른빛 탄화수소 빗방울이 천천히 슬로우 모션처럼 떨어집니다.
K박사가 음악처럼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영원한 과거 속에 살고 있는 그 아이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면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