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하면서도 독창적입니다

[갑진 일주]

J는 학과뿐 아니라 동아리 생활에도 열정적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귀인처럼 나타나 힘이 되어주는 그런 친구였다. 눈치도 빠르고, 손도 야무져서 적재적소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한 일을 과시하지 않았고, 상황을 분석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J는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홍대 주변 광고기획사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어느 날 찾아온 피부 질환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가로막았다. 처방받은 약과 연고는 부작용을 촉발시켰고, 지속적인 속 쓰림과 졸림으로 일상이 어려울 정도였다. 문득 '잘하지도 못하면서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거 말고 잘하는 걸 했어야지'라는 후회도 밀려왔다. 결국 J는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취업 준비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력이 너무 좋아 채용하기 어렵다'는 답을 내놓았다. 힘든 나날을 이어가던 중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얼마 뒤 영어 강사로 돌아왔다.

J는 울산에서 마음 맞는 친구와 아트프리마켓 기획안을 만들었다. 한지공예를 하는 기획자와 켈리그라피 연구가의 만남. 홍대 아트마켓의 흥망성쇠를 봐왔던 J는 '왜 울산에는 아트마켓이 없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어 기획서를 준비했다. 처음 기관에 제출한 기획안은 거부당했지만 정중히 설득한 끝에 받아들여졌다. 놀랍게도 J가 기획한 프리마켓은 울산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우수죽순으로 생겨난 프리마켓의 시장을 목격한 그녀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종지부를 찍었다.

갑진 일주는 초원 위에 큰 나무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다. 백호살로 책임감이 강하고 불굴의 의지를 가진다. 평소 조용하지만 한 번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무섭다. 대범하고 뚝심이 있으며 고집이 세다. 말과 행동이 시원시원하며, 어떤 일이든 노력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가진다. 진토 속의 정인이 재성과 암합하고 있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자신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세상을 만들 힘이 있다. 무엇보다 인성(공부, 자격증)을 바탕으로 돈을 만들어내는 흐름으로 가는 게 좋아, 교육, 의학, 의료, 용양원 등의 사람을 키우거나 보살피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모든 일에 끝을 맺지 못함을 경계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제어하지 못해 폭발한다면 시비, 구설, 소송 등의 사건 사고가 만들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유산을 두고 경쟁할 수 있으니, 자신의 몫을 모두 뺏기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어 사기, 도박 등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고, 이로 인해 심신의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십성의 특징>
* 관성: 조직, 사회, 직장, 제도, 명예, 책임, 통제
(여성에게는 남편, 남성에게는 자녀)
* 인성: 사랑, 배려, 모성, 인내, 공부, 자격증, 문서
(남녀 모두 어머니)

몇 년 만에 J와 상봉했다. 나는 얼굴을 보자마자 "혹시 남편 관재수 없니?"라고 물었다. 이내 "한두 건이 아니지."라는 말로 물고를 트는 J. 우리는 설렁탕을 앞에 두고 배를 채우기보다 3년간의 묵은 일화를 쏟아냈다. 먼저 "30대에 많이 힘들었지?"라는 말에 "어~ 피부 질환 때문에 모든 걸 버리고 해외로 갔어."라고 털어놓았다. 한국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명리적으로 해석한다면, 대운의 영향으로 사주가 물바다가 되었다. 사주 원국에 큰 강과 진진(辰辰)이라는 습토가 두 개나 있는데, 수가 들어 천간충과 지지합으로 물천지가 된 것이다. 물이 많으면 뿌리가 썩는다는 말처럼, 심신이 고달팠던 시기가 바로 30대였다.

40대 초 J는 독박 육아에 보호받지 못한다는 마음을 자책으로 돌렸다. 내가 선택한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가 일었다. 처음에는 손으로 벽이나 바닥을 내리쳤고, 그 뒤로 자신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우울함에 불면증까지 생기면서 신경정신과를 찾았고, 조금씩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 훈련을 했다. J는 지나친 관성으로 심리적 고통이 극에 달했으나, 인성의 힘으로 잘 설기 시킨 경우다. 현재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공예)를 찾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중이다. 앞으로 뛰어난 기획력과 창의력으로 내면의 자존감을 키워가길 기대해 본다. 50대 삶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는데, 그것이 능동적인 새 출발이 되기를 고대하면서.

갑진 일주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상상력과 기획력이 좋아, 순발력 있게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있다. 다만 진토는 물창고로 성격이 급하고 욱하는 기질을 가진다. 화를 한 번에 폭발한다면 주변뿐 아니라 자신의 심신 건강에 좋지 않다. 반대로 갑진 일주가 곁에 있다면 그들이 던지는 직언을 흘려듣지 말자. 상황을 꿰뚫는 말 한마디가 당신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지 모른다.

명리학에서 사주는 좋다, 안 좋다고 판가름하기가 어렵다. 사주 원국을 좋게 타고나더라도 운의 흐름이 좋지 않다면 힘들 것이고, 오행이 한쪽으로 치우치더라도 운대를 잘 만다면 부럽지 않은 삶을 살 것이다. 그래서 사주팔자의 분석과 운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운명에 저항하면 끌려가고 운명에 순응하면 업혀간다"라고 말했던 철학자 세네카처럼 나는 운명에 질질 끌려가기보다 당당히 업혀가기로 결심하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굴곡 많은 세상에서 운명의 흐름을 깨우치길 바라면서.

♡ 일주 찾는 법: 만세력 앱을 깔고, 연월일시(음력ㆍ양력 구분)를 입력하면 4주 8자가 출력된다. 연주-월주-일주-시주라는 4가지 기둥 중에 일주(본원)에 해당하는 글자를 찾아 일주론에 맞춰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