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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임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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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Feb 26. 2019

[임신일기 #10] 8주차 4일째 - 부풀어오는 허리

평소 입던 옷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다

8주차 태아의 변화


엄마는 아이의 움직임을 느낄 수 없지만 태아는 쉬지 않고 위치를 바꾸며 움직인다. 머리 앞에 있던 눈이 가운데로 모아지고 팔다리가 길어지며 손가락, 발가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귀의 외이와 눈꺼풀이 생긴다.




2018.12.31

배가 갑갑해


눈에 띄게 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아닌데, 뭔가 바지도 팬티도 모두 불편하다. 평소에 입던 바지의 단추를 채우면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단추를 풀고 입기 시작했다. 잘 늘어나는 라이크라 팬티는 그나마 입을만한데, 면 팬티들은 허리를 짱짱하게 조였다.


‘그새 몸무게가 늘었나?’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육안으로 잘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뭔가 달라졌다. 아직 임부복을 사기에는 이른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망설여진다.




2019.01.02

갑갑하고 숨이 차


남편과 함께 늦게나마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러 갔다. 어릴 때 밴드를 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퀸 노래는 그리 가슴을 뛰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이 들면서 퀸 노래가 점점 좋아졌다. 굳이 영화를 보지 않고도 음악은 충분히 들을 수 있는데, 이번엔 큰 화면으로 보면서 좋은 소리로 듣고 싶었다.


날이 추워 평소 즐겨 입던 기모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조금 넉넉하게 입던 바지인지라 지퍼와 단추를 잠그는데 무리가 없었다. 든든하게 기모와 롱 패딩, 털모자로 무장을 하고 영화관으로 갔다. 예매한 좌석에 앉는 순간. 허리와 배 쪽이 어마어마하게 갑갑한 느낌이 들어 결국 단추를 풀고야 말았다. 혹시나 싶어 일부러 라이크라 팬티를 입고 왔지만, 팬티 라인이 골반을 옥죄어왔다. 숨을 못 쉴 지경은 아니어서 참고 영화를 끝까지 관람했다. 음악이 아주 좋은 덕분에 보는 동안은 답답함을 잊을 수 있었다. 감동에 젖어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BGM까지 모두 듣고 나서야 자리를 일어섰는데, 그 순간 얼마나 행복하던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좀 걷고 싶어 산책을 했다. 여전히 바지 단추는 채우지 못한 채.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가벼운 산책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임신 전의 걸음 속도로 걸으려고 했던 것인지 숨이 가빠졌다. 나는 숨이 차도록 꽤 빨리 걸어 다니는 습관이 있다. 더러는 남자들도 내 걸음걸이에 맞춰 걷다가 숨을 헥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유일하게 내가 천천히 걷는 시기는 생리 때뿐이었다. 하지만 임신 사실을 안 후에는 조심조심 천천히 걷기 위해 신경을 쓴다. 그런데도 오늘은 숨이 찼다. 옷이 꽉 조여 답답해서 그런가? 아니면 벌써 숨이 찰 시기가 된 건가?


여하튼 집에 돌아오자마자 임부 용품을 검색했다. 어떤 것들이 있나 조금씩 살펴보니 상품들이 어마어마하다. 배를 덮는 팬티, 배 아래로 조임 없는 팬티, 허리 밴딩이 된 임부용 바지들, 원피스, 수유브라, 수유복 등 신기하게 생긴 것들이 많았다. 지금 이 시기에 딱 필요한 것들이 뭔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어떤 것이 나에게 맞을지 몰라 구매 결정을 못 내렸다.


며칠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지내는 사이 허리가 더 굵어진 느낌이다. 요사이 분비물도 많아졌다. 하루에 두 번은 팬티를 갈아입어야 하니 귀찮아서 생리대를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이 생리대도 면 생리대라서 빨아 써야 하지만, 적어도 팬티는 하루에 한 장만 입으면 되니까..;; 아직은 팬티와 생리대 조합으로 버틸 수 있다. 좀 더 나한테 맞을 것 같은 팬티를 찾은 후에 사야지. 근데 입어보지 않고 어떻게 알지? 종류별로 사서 다 입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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