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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Mar 05. 2019

[임신일기 #12] 10주차 - 자연주의 출산?

나에게 맞는 출산 방법이 뭘까?

2019.01.11


몇 년 전쯤 자연주의 출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병원에서 아이를 낳지 않고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분만을 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다큐는 자연주의 출산을 의학의 도움은 없지만 매우 안전하며 아이와 산모의 애착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분만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아주 좋은 분만 방법으로 소개했다. 출산 과정을 온전히 나와 아이의 교감만으로 자연스럽게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당시 임신이나 출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다큐를 계기로 자료를 많이 찾아보게 되었고 이후에도 자연주의 출산에 관심이 많아졌다. 



자연주의 출산이 뭔데?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말이 뭔지 전혀 모르던 때, 다큐멘터리를 통해 개념을 알게 되었다. 자연주의 출산은 의학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는 분만을 말한다. 분만을 크게 자연분만과 인공분만(제왕절개 수술)으로 나눈다면 자연주의 출산은 자연분만이다. 의학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필요한'은 산모나 태아가 위험하지 않는데 굳이 하는 시술(?). 무통주사, 내진, 관장, 제모, 회음부 절개를 거부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는다는 뜻. 소위 출산 굴욕 3종 세트라고 하는 내진, 관장, 제모를 거부하고 아이가 나오려고 할 때까지 기다려서 엄마와 아이의 호흡으로 아이를 맞이한다고 한다. 



이 설명을 들었을 때는, '아니 이 좋은 것을 왜 안 해? 억지로 유도분만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이를 맞이 한다는 것인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아이를 낳는 친구들이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 분만하는지 눈여겨보았다. 거의 대부분이 의사가 권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낳았고, 무통 주사를 찬양하는 친구들도 꽤 많았다. 한 지인은 배가 불러올 때, 제왕절개를 예약했다. 출산 상황에 따라 위급하게 정해서 진행하는 수술이 아니라 애초에 예약을 하고 의도적으로 인공 분만을 했다. 




가까운 친구 중, 자연주의 출산으로 광명을 찾았다며 강추하는 친구가 있었다. 첫 째 아이를 낳을 때에는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회음부 절개 후유증이 오래가서 회복을 못해 매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둘 째는 자연주의 출산을 전문으로 하는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았다. 굴욕 3종 세트뿐만 아니라 무통주사, 회음부 절개도 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출산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높았고 분만 이후 회복도 첫 째 때에 비해 아주 빨랐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결심했다. 


그래! 나도 자연주의 출산을 해야지!!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친구가 아이를 낳았다. 이 친구는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했다. 안타깝게도 친구는 자연주의 출산을 견디기에 몸이 충분히 건강하지 않았다. 바쁜 직장생활과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었다. 진통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아 유도분만을 시도했고 4박 5일간 진통을 겪었다. 오랜 진통에 지쳐 의학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이미 타이밍을 놓쳐 무통주사도 맞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힘들게 견디고 견뎠고 결국 자연분만을 해냈다. 오랜 진통으로 산모의 몸이 많이 상해 회복이 더뎠다. 그 와중에도 아이는 키워야 하니까.. 애 챙기느라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잘 자지 못해 회복은커녕 몇 번이나 병원에 실려갈 만큼 몸이 더 많이 상했다. 그 친구는 말한다. 자연주의 출산 절대로 하지 말라고. 




자연주의 출산을 하기 위해 신랑에게도 공부를 부탁했다. 이왕 부모와 아이의 온전한 교감으로 분만을 한다면, 남편이 분만을 도와줬으면 했다. 둘라는 자연주의 출산을 돕는 조산사다. 의학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 과거 집에서 아이를 낳을 때처럼 끓인 물, 소독한 가위, 깨끗한 수건 등 간단한 도구만으로 아이를 낳을 때 분만을 돕고 아이를 받아주던 산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진통 중에 호흡을 확인하며 관리해주고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돕기도 한다. 나는 집에서 아이를 낳을 만큼의 용기는 없어서, 의사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병원 분만실에서 의학의 힘은 빌리지 않고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애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함께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둘라(Doula)의 어원을 이야기하면서 큰 의견 대립이 있었다. 둘라라는 용어는 Dana Raphael이 1969년에 실시한 인류학 연구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는데, 이 Doula의 뜻이 문제였다. 둘라는 현대 그리스어로 여자 하인, 고대 그리스어로 여성 노예를 뜻한다. 이 용어를 채택한 것 자체가 신랑에게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신뢰를 확 깎아버린 것이다. 나는 용어에 집착하지 말고 엄마, 아빠가 함께 주도적으로 하는 분만하는 것에 집중하면 안 되냐고 했다. 신랑은 물었다. 


"자기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왜 비전문가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출산을 해야 해요? 의학의 도움을 좀 받는 게 뭐 어때서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도 무서웠으니까. 아이와의 교감으로 자연스럽게 분만하는 것. 너무나 멋지고 드라마틱하다. 아이와 만나는 그 감동적인 순간을 급하게 후다닥 해치워 버리지 않고,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로지 그 생각만으로 자연주의 출산을 기대했었지만, 막상 내게 곧 닥칠 일이라고 생각하니 두렵다. 30주 후에 나는 어떤 분만 방법을 선택해야 좋을까? 책을 찾아보고, 영상도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 


자연주의 출산에 관심이 많아서 산부인과도 자연주의 출산을 오래 제공한 곳으로 선택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라 가까워서 제일 먼저 검색했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이 산부인과의 분만실은 개인 화장실에 보호자 침대, 소파, 간단한 운동 도구까지 있는 가족분만실이다. 진통실, 분만실, 입원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한 장소에서 진통, 분만, 회복까지 다 이루어진다. 분만 후 아이와의 시간도 최대한 충분히 보내게 해 준다고 들었다. 꼭 자연주의 출산을 하지 않더라도 부모와 아이의 교감을 최대한으로 존중하는 분만을 돕고자 하는 시스템이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내 몸 상태가 과연 자연주의 출산을 견딜 수 있을까? 출산 중에 위험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선택한 산부인과의 분만 시스템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계속 무한반복 도돌이표처럼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미리 걱정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문제들이 이리도 속을 어지럽힌다. 꽤 오랫동안 바라 왔고 고민해 온 것인데 막상 닥치니 머릿속이 하얘진다. 다음 주 검진 때, 선생님께 여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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