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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선 Apr 23. 2021

네겐 너무 자연스러운 '두 개의 지도'

엄마 아빠만 신기한 거지? 그런 거지?

최근, 아이와 <우리는 학교에 가요>라는 그림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세계 여러 나라 아이들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학교에 가는 이야기인데, 아이는 본인처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어린이집에 가는) 친구가 없다는 것에 짐짓 놀란듯했다. (아이가 꼽은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헉 헉 헉 헉 헉'. 학교에 가려면 무려 한 시간이나 뛰어야 하는 친구의 숨소리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이 책을 두고 언니 오빠 친구와 함께 온라인 독서토론을 했다. 진행을 맡은 이모 선생님은 그림책 속 학교의 모습을 '구글 맵스'를 통해 보여 주었다. 그림책 속 배경이 지도를 통해 실제의 어떤 것으로 감각될 때, 아이는 또 한 번 신기해했다. (그림책이랑 똑같네! 진짜 학교다아!)


그로부터 시작된 지도 삼매경!

사실 아이의 지도 삼매경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초, 바르셀로나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두고 재차 "바르셀로나가 어디야?" 묻는 아이에게 아이패드로 지도를 보여줬었더랬다. 아이는 두 손을 벌려 확대하고, 또 확대하고, 더 이상 확대가 되지 않을 때까지 확대해 바르셀로나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케냐가 어디더라, 네팔은 어디더라- 하는 것도 디지털 지도를 확대해보며 찾는다. 어렸을 때 지구본 좀 돌려봤던 엄마 아빠만 그 장면이 신기하다. (자기는 언제 지구본 돌려봤어? 초등학교 고학년 아닌가? 하며) 몰랐는데, 지도를 축소하고 또 축소하면 '지구'가 나온다. 심지어 이 지구는 실시간으로 밤과 낮이 변한다. 아이는 끊임없이 확대하고 축소하며 지구 곳곳을 탐색한다. (그러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여서 다른 나라처럼 더 자세하게 볼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바쁘게 움직이는 손! 내 손안의 지구란 이런 것인가!

그러다 어제는 어린이집에서 이런 그림을 그려왔다. 보물을 찾아 떠나는 친구들이라는데, 중간에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마녀'고(함정을 설정하다니!), 어디에 무엇이 있는가는 '기호'로 표시했단다. (아는 기호 다 그려 넣은 여섯 살) 종이에 보물지도를 그린 건, 컴퓨터로 그리면 배터리가 없을 때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물론, 어린이집에서는 종이밖에 제공되지 않아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일주일 사이에 마주한 아이의 '두 개의 지도'를 보니,

아이의 매체 활용이 신기한 건 엄마 아빠뿐이고-

아이에게는 그저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 하나, 뉴미디어 매체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이 구 미디어를 배척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 아이는 태블릿과 그림책을 둘 다, 너무너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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