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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빛빛빛 May 11. 2018

당신이 로봇을 사랑할 때

인간이 기계에 끌리는 큰 이유는, 기계가 주는 강력한 힘과 위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강력함은 금속성을 지닌 전자 테크놀로지뿐만 아니라 현대의 가장 위력적인 무기인 컴퓨터 테크놀로지에도 해당한다. 무한한 공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은 인물들의 욕망을 확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대표적인 인물로 『부분의 합보다 많다More Than The Sum of His Parts』의 주인공을 들 수 있다. 이 소설을 쓴 조 홀드먼Joe Haldeman은 MIT에서 사이보그에 관한 강의를 하기 위해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철강 기지의 품질 담당 기술자였던 윌슨 치덤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겨우 목숨만을 건지고 몸의 대부분을 쓸 수 없게 된다. 그는 사이보그 변형 수술을 통해 사라진 왼쪽 다리와 왼쪽 팔, 얼굴, 고환, 음경 등을 기계로 대체한다. 처음에 그는 그의 몸 절반이 기계로 바뀐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하지만 점차 자신의 기계화를 과시하고 싶어 하고 나머지 몸마저도 기계가 되길 원한다.


성기의 인공 피부는 사이보그 손만큼이나 촉감의 차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나는 단숨에. 이 세상의 어느 남자보다도 여성의 체내 해부학에 통달하게 되었다. 아니, 이 세상의 어떤 여자보다도 더!

- 조 홀드먼, 『부분의 합보다 많다』중에서


그의 심리는 무엇 때문에 변화한 것일까? 윌슨 치덤 박사는 처음엔 연구진들이 자신의 감정 작용만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자신의 몸이 기계로 바뀐 무성의 존재가 되는 것이 굉장히 모욕적인 일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사이보그로 살면서 점차 그는 영원한 젊음, 지치지 않는 정력, 무한한 힘에 매료되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다. 사이보그화의 진행이 육체뿐 아니라 박사의 정신까지도 이루어진것이다.


로버트 셰클리Robert Sheckley의 『내가 이렇게 해 주면 느낌이 오니?Can You Feel Anything When I Do This?』는 심지어 인간이 아닌 기계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그린다.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던 로봇 청소기 롬은 쇼핑을 하던 멜리샌드에게 첫눈에 반해 직접 그녀의 아파트로 찾아온다. 인간을 사랑하게 된 기계가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며 그녀를 설득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로봇 청소기는 감정과 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개발자가 입력한 문장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멜리샌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그녀가 자신을 선택하기 위해 해야 할 행동을 생각한다. 그의 말대로 “하나의 완전한 존재로 나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네 피부는 금속이잖아. 금속은 느낌이 없다고.”
롬이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나의 멜리샌드. 살이 느낄 수 없다면 금속이 그 역할을 대신하지 않을까요? 무엇인가가 느낄 수 있다면 다른 것이라고 해서 느끼지 못하겠어요? 별들도 사랑하고 미워한다는 것을, 신성은 하나의 열정이며, 죽은 별은 죽은 인간이나 죽은 기계와 똑같다는 것을 몰랐나요?”

- 로버트 세클리,『내가 이렇게 해 주면 느낌이 오니?』중에서


하지만 멜리샌드는 결국 청소기 로봇의 전원을 꺼 버린다. 그것도 분노에 가득 차 씩씩 거리면서 말이다. 멜리샌드가 참을 수 없던 것은 그녀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되어졌기’ 때문이다. 관계를 통제하는 것은 그녀여야 한다. 기계의 욕망과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을 기계와 구분하는, 혹은 기계보다 더 나은 존재로 자각하게 만드는 유일한 특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사고하고 감정을 갖는다면 로봇과 인간의 경계는 조금씩 흐려지게 될 것이란 불안이 우리 속에 있다.


하지만 때로는 기계의 욕망 속으로 인간의 욕망이 흡수되기도 한다. SF 속에서는 주로 로봇의 창조자들이 모성 혹은 부성을 간직한 채 자신의 욕망을 로봇 속에 투여할 때가 그렇다. 그러나 이런 때에도 로봇은 자신을 창조한 이의 욕망을 넘어서서 자신의 자발적인 욕망을 발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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