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손톱을 먹고 사람이 되었듯 무언가는 말과 글을 먹고 사람이 될까.
머리카락과 손톱, 굳은살처럼 내게서 비롯된 무언가를 도려낸다. 먼지라기엔 크지만 그래봐야 한 줌이 안 되는 허물을 쌓는다. 속에서 자란 것들은 말과 글로 베어낸다. 쥐가 손톱을 먹고 사람이 되었듯 무언가는 말과 글을 먹고 사람이 될까. 사람이 아니게 될까. 몸과 함께 자란 기억이 떨어져나가며 과거를 잊어간다. 서로를 잊는다. 자신의 역사가 부끄러워 쓰레기 더미에서 타인의 시간을 체굴하던 사람이 있었다. 산 적 않은 과거와 만난 적 없는 이들의 기억을 끌어모아 그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그 사람이 베어낸 말과 글이 궁금하다.
몇 분 사이 며칠을 잘라내고 가벼워진 난, 침대에 누움과 동시에 내일로 곤두박질친다. 혹 잘라냈을까 겁이 나 잠들기 전 당신의 이름을 몇 번 되뇐다. 당신의 이름을 먹은 나는 내일, 사람이 될까.
2018.01.02.2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