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니어는 사생활만 챙기고, 당돌하고, 책임감이 없다? 오해예요...
(아슬아슬하게) Z세대에 걸친 조직 막내여서 그런지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말 하면 꼰대 같겠지만..."
"요즘 z세대한테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니! 진짜! 전부! 해도! 됩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생각해보니 나도 이 '선'이라는 것이 애매한 거다. 어떤 말을 들었을 때는 별 것도 아닌데 퍽 찌뿌드드하니 불쾌한 감정이 들기도 했고, 또 어떤 말을 들었을 때는 '왜 이렇게 조심스러우실까? 이 정돈 괜찮은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정리해봤다. Z세대 주니어를 대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조직장님(혹은 동료들)을 위한 Z세대 주니어 대하는 법! 단순히 주니어를 잘 대하는 법 뿐 아니라, 주니어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는 방법 위주로 다뤄봤다.
Z세대 주니어 대하는 법!
함께 주니어 일하는 사기 올리기
*아래 이야기들은 저, 그리고 저의 주변 사람들 기준이니 일반화는 금물! 다른 세대도 마찬가지겠지만, Z세대는 생각하는 것도 고민하는 것도 규격화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의 퍼스널리티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Z세대는 사생활 공유, 스몰토크를 싫어한다? NO.
똑부러지고 공사 구분이 확실해서 그렇게 보일수도 있으나, 적어도 내 주변은 아니다. 인간관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선만 넘지 않는다면 사소한 스몰토크는 오히려 좋아한다. (MBTI가 뭐냐 같은...)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신뢰 형성에도 좋고 업무를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니. 마냥 '직장동료들과 친해지기 싫어'라는 마인드가 아니란 걸 알아주길...
개인적으로 나는 이전 회사들에서 이 스몰토크로 인해 꽤 불쾌한 경험을 했었기에 몇 가지 사례를 공유하면...
몇 번 대화를 나눠보지도 않은 대표님이 결혼하고 아이 낳을 계획이 있냐고 물은 적 있다. 그러고 자기 아내는 집안일 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물론 인사 상 궁금할 수 있지만 너무 개인적인 문제인데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사이도 아니었는데... 이런 건 절대 스몰토크가 아니다.
한 스타트업에서는 대표님이 내게 '예쁘다. 근데 살만 조금 더 빼면.'이라고 망언을 했다. 이것도 역시 스몰토크가 아니다.
대충 상식 선에서의 스몰토크는 괜찮지만, 사람마다 상식 선이 다를 수 있기에... 어떤 종류의 스몰토크가 '선을 넘지 않는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이전 아티클인 <같이 일하는 동료를 신뢰하는 법> 을 추천한다.
회식은 물론 사바사기 때문에 딱 이렇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업무 외 사적인 시간을 지나치게 쓰지 않는 회식은 물론 환영이다.
혹시나 회식을 고민하고 계신 조직장님들께서 있을까 하여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보았다.
INFJ인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렇다.
저녁 회식보다는 점심 회식이 좋고 술 보다는 커피가 좋다. 부득이하게 저녁 회식을 할 경우, 막차가 끊기고 새벽까지 넘어가는 회식은 다소 불편하다. 택시비를 지원해주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회식 메뉴는 평소에 내돈내산 하지 못하는 메뉴들이 좋다. (가격대를 떠나서 혼밥을 자주 하는 자취생이 잘 먹지 못하는 단체 메뉴들이 좋은 것일수도 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보다 소수 인원을 선호한다. 옆팀까지 포함해서 너무 많은 인원이모이면 결국 평소 말을 많이 하시는 조직장님들이 자리를 주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점점 할말이 없어지고 기가 빨리기도...
나는 MBTI가 I지만, 회식 계획을 짜라고 하면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대신 예산이 어느 정도이고, 예전에는 어떤 회식을 주로 했었는지 정도만 파악할 수 있게 같이 전달주면 좋겠다.
가끔 'z세대는 뭘 좋아해요?'나 'z세대는 주말에 뭐해요?'라는 질문을 듣곤 하는데, 의도는 알겠으나 답변을 하기 퍽 곤란할 때가 많다. 일단 내가 z세대 대표가 아닐 뿐더러 질문이 너무 포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오만 생각이 든다. '뭘 좋아하냐는 말은 무슨 말이지? 먹는 걸 말하는 건가? 아님 태도? 아님 회사? 아님 데이트 코스로?'... (혼란)
혹시나 질문이 있다면, 목적과 의도를 더 구체적으로 전달해주면 더 명확히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으실테다. 가설을 세우고 질문해주시는 것도 좋다.
❌ 이런 질문은 답하기 곤란해요.
z세대는 뭘 좋아해요?
z세대는 요즘 어디 놀러가요?
z세대는 취미가 뭐에요?
⭕ 이런 질문은 충분히 답변 드릴 수 있어요
우리 서비스는 z세대들이 인스타 스토리를 자주 쓴다는 가설이 있는데, ㅇㅇ씨는 일주일에 인스스 몇개나 올려요? 주변 z세대들은 다 그래요?
저는 주말에 성수동을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어린 사람들이 많이 없더라구요. 요즘 z세대는 주말에 친구 만날 때 어디로 가요? 최근에 맵에 찍어둔 핫한 곳 있어요?
이번에 우리 서비스가 굿즈 마케팅을 하려고 하는데, z세대들이 특히 디테일하게 받아들이는 굿즈 포인트가 있을까요? 패키지 디테일이나 재료 사용이라든가... z세대들에게 인기 있었던 굿즈 레퍼런스도 궁금해요.
주니어(혹은 신입사원)은 객관적으로 나의 업무 역량에 대해 판단하기가 어렵다. 일을 휘뚜루마뚜루 하고는 있으나 이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지, 내가 어디서 모를 실수를 저지른 건 아닌지,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굴진 않았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주니어의 걱정을 덜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조직장의 피드백'이다.
단순히 일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원하는 것도, 마이크로 매니징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우쭈쭈 식의 칭찬이나 감정적인 비난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피드백이라 함은, 내가 지금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객관적으로 봐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04와 이어지는 맥락이긴 하다만, 제대로 된 조직 관리가 안 되는 조직에 대해서는 신뢰성과 주인의식이 떨어진다.
내 주변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A가 다니는 작은 회사에 한 빌런 B가 있었다. A는 다른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일을 잘 하지만, 지금껏 쌓아온 조직과의 신뢰와 관계 형성, 편안한 업무 환경 등의 이유로 계속 해당 조직에서 에이스로 머물고 있었다. 그에 비해 B는 데드라인도 무시, 작업 퀄리티도 무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썩 좋지 않았다.
A는 이 사실을 조직장님께 몇 번 이야기하고 매니지먼트를 부탁했으나 조직장님의 말은 거의 매번 동일했다. '일 잘하는 너가 참는 것이 어떠냐. B도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 이야기를 들은 A는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연차도 비슷하고 연봉도 대략 비슷한데, 자기만 더 많은 일을 떠맡고 그에 대한 성과관리나 조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런 마음이 들자 A는 B를 향하던 킹받음이 조직과 조직관리를 못하는 조직장에게 향하게 되고, B의 작업물 퀄리티에 기준을 맞추게 된다. 처음에는 티나지 않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A에게 맞춰져 있던 조직의 퀄리티가 B에게 맞춰지면서 전체적인 퀄리티가 하락하게 되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유저)의 만족도도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 결과적으로 그 조직에 남는 것은 조직의 퀄리티를 낮추는 사람 뿐이다. 일을 잘하는 주니어는 알아서 자신의 역량을 잘 소화해줄 수 있는 조직을 찾아간다. 이전 세대들보다 더 빨리, 더 쿨하게.
(쓰다보니 점점 z세대만의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모든 조직 관리에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과제를 전달 받을 때, 이 과제에 대해 자세히 알면 더 몰입감 있게 일할 수 있다. 이 일이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 어느 수위로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할지, 대충 어떤 결의 레퍼런스를 찾아야 할지... 모든 것이 더 구체적이게 되기 때문이다.
⭕ 과제를 줄 때 함께 설명해주시면 좋아요!
이 과제가 어떤 목적으로 시작되었는지
(단순히 위에서 시켜서 해야 돼요. 라는 식의 과제는 업무 효율을 떨어트릴 뿐...)
대략 어느 정도 예산/스콥으로 진행되는지
(혹은 어떤 레퍼런스들을 기준으로 하는지)
과제의 중요도가 어느 정도인지
(주니어도 나름대로 업무 우선순위를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일에 너무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은 사전에 예방해주자!)
회식 상황과 비슷하긴 하지만, 워크샵 같은 단체 일정이 있을 때 통보만 하는 식의 답정너 방식은 좋지 않다. 주말 워크샵이라면 해당 일정에 선약이 있을 수도 있고, 정해둔 메뉴에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주면 좋을 듯 하다. (이 방식이 부담스럽다면 주관식으로 열어둬도 좋고.)
물론 단체 일정에 모든 사람들의 사정을 봐줄 순 없다는 것을 안다. 여기서 포인트는 갑작스럽게 내려오는 '이거 하자'같은 방식이 아닌, 여러 선택지 중 조직원들이 투표한 다수결 방식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히스토리를 알 수 없는 탑다운 방식의 결정에 동의되지 않는다면, 마음이 동하지 않는 건 z세대 뿐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Z세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다양성에 대한 표용력'이 아닐까 싶다. 주니어가 내는 아이디어를 '참 유난이네'라고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일하면서 'z세대스러운 말랑한 아이디어'는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다른 세대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디테일한 우려점에 대해 Z세대가 이야기한다면, 꼭 반영하지 않아도 귀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세대일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B2B 파트너들을 위한 굿즈를 기획하고 있는데, Z세대 주니어가 이렇게 의견을 낸다면?
"저희 굿즈에 쓸모없는 플라스틱 사용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걱정돼요. 대체할 수 있는 재료가 있다면 좋을 텐데요."
❌ 이런 반응은 의욕을 떨어트려요.
다른 회사들도 다 플라스틱 쓰는데, 그것까지 신경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 플라스틱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예민하게 보지 맙시다.
⭕ 이런 반응은 일에 더 도움이 돼요.
그런가요?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면 고민해봐야 할 문제네요.
금액 대비해서 가장 효율적인 패키지로 잡은건데, 그럼 비슷한 예산에서 비슷한 퀄리티로 대체할 수 있는 패키지를 좀 찾아볼래요? 마땅한 대체제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현재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Z세대는 쿠션어 사용에 능한 경우가 많다. 아마 '이만큼 제가 배려하니까 저도 배려받고 싶어요.'라는 의도 아닐까 싶다. Z세대 주니어가 낸 아이디어가 다소 현실성 없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해주면 그 누구라도 납득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Z세대=워라밸'이라는 것.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건 워라밸보다 '갓생'에 방점 찍히는 게 더 적확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사회적 구조도 주요한 외부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전 세대들과 달리, 은퇴할 때까지 일해도 내 집 마련 하나 번듯하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나 꿈의 최대치가 고작 보통사람 정도일지 모른다는 지루함. 아무튼 여러 요소들이 모여 '삶은 곧 일'이라는 공식을 전복시켰다.
이 때문에 삶에서의 만족도와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 파이프라인들을 더 여러 갈래로 뚫어두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곧 사이드잡, 부업, 취미생활, 리추얼 등으로 파생되어 나타난다. 표면적으로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다.
나같은 경우는 일에서 큰 성취와 자존을 챙기는 편이다. 어느 마케터가 말한 것처럼, 워라밸을 하루 단위로 바라보지 않고 생애 단위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게도 20대는 열심히 일하는 시기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본업보다 그림 그리기에 더 큰 성취를 느끼는 사람이 있고, 본업을 더 잘 하기 위해 주말에 레퍼런스를 수집하러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고, 본업이 재밌어서 야근까지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 (있나?!)
조직장님이 할 일은 일에 흥미 없는 사람을 억지로 끌어다 앉히는 게 아니다. 업무 외 시간이나 주말까지 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주면서 함께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드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90년대생, mz세대들의 이미지만 완전히 믿으면 Z세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난항이 있을 수 밖에 없다.
Z세대인데 왜 트렌드를 잘 몰라요?
Z세대 치고는 조용한 성격이네요
Z세대라서 그런가 할 말을 막 하네요
등등... 이처럼 Z세대를 하나의 당연한 지표로 보고 주니어를 대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한 마디로 Z세대라는 이름 뒤, 사람 그 자체를 봐달라는 것!
혹시 이 아티클을 주니어가 열람했다면,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말도 덧붙인다. 한 세대에 대한 명명은 개인의 퍼스널리티를 완벽히 표방/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Z세대 핑계대지 말자는 거다. 일을 잘하는 건 'Z세대 치고 잘하는 게 아니라 내게 일 욕심이 많은 것'이고, 'Z세대라서 단체생활이 싫은 게 아니라 코시국 조직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Z세대여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 차이가 당연히 앞선다. 그러니 성장하고 싶다면 Z세대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말자.
마지막으로, 이 아티클을 우연히 찾아본 조직장님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박수쳐드리고 싶다. 함께 일하게 된 주니어에게 관심 갖고 이해해보려는 생각이 있다는 것이니, 이미 충분히 좋은 조직장님일 것 같다.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