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네가 합의금을 뜯어낼 차례야!
감독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출연세실 드 프랑스, 제레미 레니에, 토마 도레개봉2011 벨기에, 프랑스평점
1.
이동진 평론가의 별 다섯 개 영화들 다시 보기 프로젝트 두 번째.
'자전거 탄 소년' 이에요.
영화는 배경음악이나 자극적인 연출 없이도 유려하게 감정의 고조를 조절합니다.
예컨대, 어떠한 대사나 부연설명 없이
그저 페달을 굴리는 시릴의 모습을 롱 테이크로 담아낸 장면이 있어요.
하지만 별 것 아닌 장면도 일련의 사연들 사이에 삽입해 맥을 같이하면,
색다른 호소력을 내는 식인 거죠.
저는 이러한 유럽 영화들 특유의 담담한 시퀀스를 참 좋아해요.
2.
결말은 다소 허망하게 느껴집니다.
시릴의 아리랑 치기를 맞은 신문 배달부의 아들은,
기어이 우리의 어린 아기예수에게 복수를 하게 돼요.
이 때 등장하는 추격씬은 헐리우드 외화에 비하면 너무나 허접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시빌의 추락' 은 관객들의 심장도 함께 방광까지 쿵 하고 떨어뜨렸을 거예요.
하지만, 시릴은 다행히도 훌훌 털고 일어나서 페달을 밟게 되는데
고백컨대, 저는 속으로 예스를 외치면서 이런 생각을 했더랬죠.
"그래! 이번엔 사만다 아주머니와 네가 합의금을 왕창 뜯어내는 거야!"
하지만 아기예수는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그저 말 없이 자리를 떠날 뿐입니다.
관객들에게 어떠한 목적지도, 기분도 설명해주지 않고 페달을 밟아가지요.
입이 떡 벌어져있는 그 순간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게 됩니다.
컴퓨터를 끄고 이 결말을 곰곰히 수습해 봅니다.
그리고 얼마 못 가, 고작 시릴의 역전 복수극을 떠올린 스스로에게 민망해지는 거죠.
'용서'와 '합의금'은 사실 전혀 궤가 다른 낱말인데
나는 어쩜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을까요.
꼬마 시릴은 그를 버린 아버지와,
신문배달부 가족과,
나를 포함한 관객들과,
사회구조적인 모순과 모든 부조리를,
담담하게 용서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은 거예요.
엔딩 크레딧은 올라갔지만
이젠 남은 관객들이 시릴을 위해
저마다의 페달을 밟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