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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내가 놓친, 이처럼 사소한 것들

혼독함공 독서일지

by 김선하 Jan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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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독함공 독서일지
#나를_귀하게_만든_타인의_사소한_말과_행동_배려는_무엇이었나?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다산책방



“나의 독자가 이 소설을 다 읽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서 첫 문장을 다시 읽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의도는 적중했다. 그녀의 조언이 없었더라도 마지막 장에서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서야 그제서 “이게 뭐지?” 가 아니라 “그래서였구나!” 이 소설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이는 너무나 작고 말이 없었고 또다시 펄롱의 평범한 마음 한편에서는 그냥 모른 척하고 집으로 가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p.71


클레어 키건의 이번 소설이 가볍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너무 가볍게 읽으려 했던 나의 태도가 문제였다. 처음에는 그렇지 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조금씩 거북했고 복잡해졌지만 #끼어들고_싶지_않았다. 답답했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먼발치에서_구경했다.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 나는 좀 갑갑해졌다.

한참 뒤 위층 커튼이 움직이더니 어린아이가 밖을 내다봤다. 펄롱은 억지로 자동차 키에 손을 뻗어 시동을 걸었다. 다시 길로 나와 펄롱은 새로 생긴 걱정은 밀어놓고 수녀원에서 본 아이를 생각했다.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 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 - 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 - 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 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 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p.99


다행히 #펄롱의 마음이 움직였고 나도 그를 따라 안도의 한숨을 쉴 즈음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첫 장을 펼쳤을 때, “그랬구나!” 생각했다. 내 주변의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을 그저 나의 일만 아니면 된다고 지나쳤다. 한 번 만 더 시선을 두고, 관심을 가졌다면 크게 달라졌을 아주 작은 것들. #이처럼_사소한_것들
잊고 있었다. 누군가의 아주 작은 관심과 배려 덕분에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돌아본다.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순간을 #반복하지_않기를.

기쁨이 솟았다.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까? 펄롱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그걸 뭐라고 부르든 - 거기 무슨 이름이 있나? - 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갓 난 딸들을 처음 품에 안고 우렁차고 고집스러운 울음을 들었을 때조차도.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 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강)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더 옛날이었다면, 펄롱이 구하고 있는 이가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었다. 이걸 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 펄롱이 어떻게 되었을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p.120  

#혼독함공_독서일지
#예쁜책초판본양장본재독하는낭만독자
#이많은책을왜읽지요?
#그몇줄을이해하기위해서!
#책보다재밌는거있으면그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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