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걸음 Jul 02. 2024

한국 근대의 탄생

[모시는책방24-18] 


[모시는책방24-18] 1. 모시는책방 오늘(7.2)입니다. 오늘 모시는 책은 [한국 근대의 탄생 - 개화에서 개벽으로](조성환 지음)입니다. 책은 채 200쪽이 되지 않는 소품이지만, 띠지 카피를 "한국 근대사상사의 새 지평을 열다! 한국사상사의 미래를 열다!!"라고 한 데서 느낄 수 있는 결기는 방대합니다. 더욱이, 책의 저자가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라 철학 전공자이고 보면, 조금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도전적인 접근입니다.


2. 그러나 사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역사 그 자체라기보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이해(해석)하는 태도에 관한 것인 만큼, 이런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전공이나 역사의 크기/무게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3. 저자의 주장은 간명합니다. "우리 근현대 역사는 '개화파'를 위주로 이해되고 서술되어 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 실질적인 주류는 '개벽파'였다"는 주장을 내놓고 이를 논증하는 형태로 글을 써 나갑니다. 아니 '글을 써 나간다'는 말은 약간의 어폐가 있습니다. 이 책을 구성하는 글들은 <개벽신문>이라든지, 학술 발표 현장(학술대회, 학회지)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치며 '말하고 행동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4.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가 상징하듯이 국경이 무색해지고, 사람들의 삶과 관심의 영역이 지역을 떠나 전 세계로 향하는 세상입니다. '제주도 관광객보다 일본으로 가는 관광객이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TV 등의 대중매체는 '국내여행'을 소재로하는 것보다 '세계여행'을 소재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잘 팔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개화파'니 '개벽파'니를 얘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5. 그러나 오늘도 우리는, 매주 거리에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맞부딪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며,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풍선을 띄워서 서로를 도발하는 (혹은 고발하고 보복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통치자'의 분노에 '신하'들이 벌벌 떨며 '지록위마'를 남발하고,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당하거나, 출산을 포기당하는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구한말 국권이 이민족 겸제하에 들어가던 때와 진배 없이, 우리나라의 이권과 주권(자존심)을 '원수(의 나라였던) 일본'에 통째로 가져다 바치려는 속셈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볼썽 사나운 한일관계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6. 뿐만이 아닙니다. '대국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부상(浮上)에 대하여, '서양의 종주국' 미국이 앞장서서 '중국 죽이기'에 나서면서, 세계 정세는 150여년 전의 '서세동점'에 버금가는(그 규모 면에서) '동서대치'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양상은 그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지만, 어느 쪽이든 이 또한, 150년에 그러했듯이, 한반도 내의 우리나라의 정세에도 무관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7. 이 책 <한국 근대의 탄생>은 오늘의 이 사회상, 시대상이 형성되는 뿌리를 캐어들어가고, 그 해결의 근원적인 동력을 찾아 내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를 잘 보여주는 [유라시아견문]의 저자 이병한의 추천사를 소개합니다.(표4에 수록) 


"서세동점의 끝물이다. 서구적 근대의 말세이다. 동과 서는 비로소 재균형을 찾아가고, 구대륙과 신대륙의 위상 또한 전변한다. 이웃나라는 '신시대'라고 한다. 우리 식으로는 '(다시)개벽'이다. 만인과 만국과 만물이 연결되는 개벽의 새벽을 예감한다. 모심과 섬김과 살림의 원리를 깊이 긴히 천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백년, 개화파가 주류였다. 민주화 세대 또한 진보.보수, 좌.우로 갈리었드외, 개화파의 후예이기는 마찬가지였다. 20세기, '구시대의 막내'였던 것이다. 21세기, 다른 백년으로 진입했건만 여태 개화우파와 개화좌파의 철지난 길항이 지루하다. 적체이자 적폐이다. 백년간 고독했던 '개벽파'를 다시 호출해야 할 시점이다. 3.1운동 백주년, 2019년이 적기이다. 그 문명사적 시중(時中)을 꿰차고 꿰뚫는 적중(的中)의 저작이 나왔다. 개벽파의 선봉으로 추켜 기릴 만한 작품이다. '동학'과 '개벽' 그리고 '천민(天民, 하늘사람)'은 21세기 신문명을 견인하는 스마트 키워드가 될 것이다. 한국철학자 조성환의 절치부심이 일파만파 남.북을 감화시키고, 동.서를 회통시키는 집합적 화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개화와 개벽의 대합장.대합창을 촉발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염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학의 비결 1,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