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세 개의 전쟁"에 직면했다. 이것이 '세 개'로 그칠 것인지 네 개 다섯 개로 확장될 것인지, 아니면 더 큰 '하나'로 모아져, 인류의 마지막 전쟁이 될 것인지.... 세 개의 전쟁 중 두 개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매개로 한 중동과 관련된다. '세계의 화약고'라는 이름이 주책맞게도 맞아떨어졌다. 그 두 전쟁과 나머지 한 전쟁(러-우) 모두에 "미국"이 개재해 있다. 그야말로 우리 시대 'G1' 악의 축 국가이다.
지난 몇년간 지속되어 온 두 개의 전쟁이, 어느덧 세 개의 전쟁으로 확장되는 동안, 실은 엄청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내 발등의 불을 끄느라 미처 그 전쟁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의 G7 회의에 이어 나토 정상회의 참여가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마침 터져 나온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격으로 말미암아 전 세계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중이다.
이러한 세계 정세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관점들을 주목해 보아야 할까?
이 책 『전쟁에게 평화를 묻다』는 2023년 10월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과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보복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다양한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통찰하는 집단 연구서이다. 전쟁의 원인과 전개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드러난 복합폭력의 양상을 젠더, 생태, 기술, 종교, 국제법 등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해석하고, 나아가 전쟁 이후의 평화를 위한 구조적 전환과 윤리적 실천의 조건을 탐색한다. 특히 팔레스타인 현장의 목소리와 국제시민사회의 연대를 다층적으로 담아내면서, 단순한 전쟁 분석서가 아닌, 오늘날의 세계 시민이 전쟁과 평화를 사유하는 새로운 방식의 모범적 기획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책은 중동이라는 특정 지역의 분쟁을 넘어, 세계적 위기 시대에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되묻는 실천적 인문학의 선언이다.(책 소개 중에서) 이 점에서, 이 책은 오늘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세 개의 전쟁'을 이해하는 좋은 도구서가 된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고,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면적 군사 보복은 수천 명의 민간인 희생과 국제법상 전쟁범죄 의혹을 낳으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특히 가자지구는 단기간에 의료, 전기, 식수 인프라가 붕괴되고 강제이주가 이루어지는 등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 전쟁은 단지 지역 분쟁이 아니라,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종교와 정치, 자본과 기술이 교차하는 21세기형 국제 분쟁의 복합적 전형이다. 인류사적 관점에서 이는 전통적 전쟁 개념의 한계를 드러내며, 생명 중심의 국제윤리와 보편적 인권의 재정립이 절실한 시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AI 군사화, 생태파괴, 젠더폭력 등 새로운 차원의 폭력이 구조화되는 상황은 전쟁이 인간 존재의 총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한국 사회는 이 분쟁에 대해 대체로 둔감한 미미한 반응들은 가운데 그나마도 보수·진보 진영 모두 편향된 시선에서 작동해 왔다. 지정학적으로 미중 갈등과 북핵 위기에 놓인 한반도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이 책은 한국 시민사회가 이 국제 분쟁에 대해 어떤 윤리적 감수성과 실천을 가질 수 있을지를 함께 묻는다.
『전쟁에게 평화를 묻다』는 총 3부 11장으로 구성된다. 제1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드러낸 다양한 폭력의 양상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의 인도주의 위기, 역사적 식민주의, 젠더기반 폭력, 생태계 파괴, AI 군사화 등의 주제를 다룬다. 제2부는 국제사법기구의 개입, 평화중재자의 역할, 종교 간 대화 등을 통해 전쟁 이후의 평화로 나아갈 길을 제안한다. 제3부는 한국 사회의 여론, 언론 논조, 북한의 입장 등을 분석함으로써, 전쟁을 동시대 한국인의 문제로 성찰하게 한다.
니달 아부줄루프의 『가자·서안에서의 인도주의적 재앙』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집단 처벌, 강제이주, 생필품 차단 등의 실태를 고발하며 국제사회의 즉각적 개입을 촉구한다. 이찬수는 『시온주의, 신화적 정체성, 그리고 가자의 게토화』에서 시온주의의 역사와 그것이 만든 정치적 억압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허지영은 『젠더폭력의 관점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해하기』를 통해 여성폭력의 구조적 지속과 전쟁 중 성폭력 문제의 이중 잣대를 비판한다.
이나미는 『가자에서의 생태폭력』에서 ‘에코사이드(ecocide)’ 개념을 도입하여 전쟁이 초래한 생태적 파괴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황용하는 『전쟁의 참상과 인공지능』에서 AI 기술이 전쟁을 효율화하면서도 윤리적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논의한다. 정정훈은 『가자 제노사이드에 대한 국제사법기구와 한국 평화운동의 대응』에서 ICJ, ICC 등의 활동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분석하며 국제법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여준다.
윤소영의 『제3자 개입과 ‘중개’』는 외교적 중재의 가능성과 한계를 진단하고, 정경일의 『전쟁의 수렁에 평화를 일구는 종교 간 대화』는 종교 간 대화가 갈등 해결의 윤리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주진의 『절멸의 정치』는 이스라엘 국가폭력의 네 층위를 통해 절멸의 체계를 분석하며, 황세연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여론』은 국내 언론의 논조를 비교 분석하여 이 분쟁을 한국적 맥락에서 재조명한다. 마지막으로 이승현의 『북한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인식과 한반도 함의』는 북한의 시각을 통해 이 전쟁이 한반도 안보 지형에 갖는 함의를 검토한다.
이 책은 국제정치 전문가, 인문사회 연구자, 인권·평화 활동가, 종교계 인사, 언론인뿐 아니라, 전쟁과 평화의 윤리에 대해 고민하는 일반 독자 모두에게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분쟁 보도에 종사하는 언론인, 국제시민사회와 연대하고자 하는 운동가, 군사기술과 AI의 윤리 문제에 관심 있는 전문가에게도 실질적인 문제의식과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분쟁을 재구성하고, 전쟁을 질문하며, 평화를 실천하는 길 위에 선 독자들을 위한 인문학적 나침반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전쟁에게 평화를 물을 수 있는가?
『전쟁에게 평화를 묻다』는 우리가 이 질문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