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천천히 힘 빼기가 필요하다
주민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좌 중 하나가 바로 요가 수업이다. 수업시간이 '황금시간대'인 10시(센터 관계자의 말로는 가족들의 출근이나 등교를 마친 전업주부들이 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대라고 한다)이기도 하고, 실내 수업이어서 계절이나 날씨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다양한 이점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요가 수업은 기존 수강생들의 재수강 신청만으로 항상 만석이었다. 시간이 생기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운동이 요가여서 일을 쉬는 동안 요가를 배우고 싶었다. 다만 처음부터 주민센터 강좌를 찾아봐서인지 강습료가 곱절이 넘는 사설학원에는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모아놓은 돈 까먹는 처지도...무관치 않다ㅠㅠ)
'궁하면 통한다'라고 했던가. 요가 수업 신청자가 많아서인지 수업이 신설되는 과정에서 드디어 요가 수업을 신청할 수 있었다. "이효리가 하는 요가를 나도 하는구나" 히죽히죽 웃음이 났다. '요가복을 입고 천천히 우아하게 몸을 움직이면 되겠다'는 환상이 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도 이효리처럼?
척추측만증과 구부정한 자세 등으로 인한 허리 통증을 치료해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수년간 PT(personal training)를 하다 보니 근력을 요하는 웬만한 스트레칭은 어렵지 않게 소화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요가 자세를 따라하며 '곡소리'를 하는 연예인들을 보면서도, 요가에 큰 경각심(?)을 느끼지 않았던 건 이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가는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운동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운동이었다. 요가는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심신수련방법이지만 나는 스트레칭을 중심으로 한 운동으로 접근했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스트레칭이 근육을 늘리고, 여전히 몸의 어떤 부분엔가 힘을 주는 동작이었다면 요가는 오히려 힘을 빼는 운동이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합장(앉아서 양손을 모으는 자세)과 아기자세(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자세), 사바아사나자세(바닥에 대(大)자로 누운 자세)를 뺀 모든 동작이 신음과 진땀을 몰고 왔다. 힘을 주는데 익숙했던 몸뚱이는 몸 구석구석에 나도 모르게 들어간 힘을 뺄 생각이 전혀 없었나 보다. 이런 상황에서 몸 이곳저곳을 늘리니 진땀이 날수 밖에. 몸에 힘을 주는 법만 배워온 내게 몸에서 힘 빼기는 힘주기보다는 곱절은 어려웠다.
"힘을 빼세요", "아프면 한 단계 전으로 가세요", "무리하지 마세요" 요가 수업 중 강사가 가장 많이 한 말이었다. "요가를 처음 하시는 분들이 나도 모르게 목과 어깨, 허리에 들어간 힘을 빼는 걸 어려워하시는데 천천히 하시면 돼요"
문뜩 힘 빼기의 고됨이 비단 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목에 어깨에, 허리에 힘이 잔뜩 들어간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보았지만 힘을 잘 빼고도 균형을 잡고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힘을 준 사람들을 만나는 일보다는 몇 배는 어려웠다. 몸만큼 마음에도 힘을 주기는 쉽지만 빼기는 어려워서가 아닐까.
나 역시 후임들에게 힘을 잘 뺀 균형 있는 선임이기보다는 힘이 잔뜩 들어간(어쩌면 힘을 어떻게 빼는지 몰라 힘을 잘 빼지 못한) 선임이었는지 모른다. '선배(선임)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를 실천(?) 하기 위해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몸에 힘을 빼고 균형을 잡는 연습을 시작했듯, 나도 모르게 들어갔던 마음의 힘을 빼는 연습도 필요할 것 같다. 천천히,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