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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 Lee Oct 14. 2020

나의 코로나 5월

민음사 <릿터> 독자 수기 응모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개월이 흘렀지만, 캠퍼스는 여전히 고요하다. 교원과 직원, 일부의 대학원생만 남은 대학의 점심과 저녁엔 그 공백이 더욱 극대화된다. 평소라면 학생들로 붐벼 앉아볼 엄두도 못 내었을 도서관 앞 정자에 앉아 수다를 떨 때나,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학기 중의 학교 버스에 타 원하는 자리를 마음껏 골라잡을 때. 이 모든 광경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것은 비상 상황이다. 생각처럼 빨리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달라져야 한다.


 대학에서 근무한 지 2년 하고도 3개월 간, 업무는 대체로 일정한 루틴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2020년이 시작되자마자 조금씩 드리워진 전염병의 그림자는 기어이 우리의 생활을 파고들었다. 내가 속한 조직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그간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모든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막연한 지연에 실은 막연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조금만 지나면, 이 고비만 넘기면, 한 몇 개월 후만 되면 괜찮아지리라는 희망. 곧 다시 우리가 알던 그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고, 조금 늦긴 해도 그 때 다시 시작하면 되리라는 소망. 그러나 5월에 접어들면서, 그 기대가 허황된 것이었으며 다시는 코로나19 시대 이전으로 완벽하게 회귀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조금씩 체념하고 있었다. 이럴 땐 다른 수가 없다. 한숨을 쉬며 방법을 찾을 수밖에.


 당연히 만나서 진행해야 하는 거라 여겼던 선후배간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지원자를 받아보기로 했다. 여러 잡음이 있지만 어쨌든 강의도 비대면으로 진행 중인데 못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결과는 조금 놀라웠다. 대면 진행이 원칙이었던 종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큰 폭으로 멘토, 멘티의 지원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새로운 방식에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아니, 실은 ‘찾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자신이 선배, 후배, 동기를 만날 수 없어 생기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고, 괜찮은 도구(프로그램)가 보이자 지원서를 제출했던 것이다. 불완전한 대안이라 생각했던 선택지에 학생들은 더 큰 호응을 해 주었다. 이제 나는 코로나19가 끝나자마자 비대면 진행 방식을 내팽개쳐 버리고 다시 대면 진행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미지의 전염병은 예기치 않게도 어떤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이 질병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타인과의 만남, 다른 나라로의 여행에서부터 직장 생활, 교육 현장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있는 거대한 관성에 제동을 걸었다. 별안간 멈춰선 우리는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관성의 힘으로 굴러가던 나와 내 주변의 일상을. 어떠한 이유에서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던 것일까. 단순히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뿐이라면, 이후에도 ‘그렇게’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럴 필요가 없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다행인지 불행인지(물론 불행이리라), 생각할 시간은 아직 많이 남은 것 같다. 팬데믹의 시대는 끝날 줄을 모르고, 고민은 어디까지가 아래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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