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더 수고하시겠지만.
졸업하신다고요. 졸업이라니, 수고하셨습니다. 무언가 끝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꽤 오랫동안 해오신 일인데 하루 만에 하는 식으로 끝내도 괜찮은 일일지 모르겠네요.
무슨 느낌이신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럴 수 있죠. 저도 그랬어요. 졸업이라고 말하니 졸업인 것 같긴 한데, 무엇을 졸업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하던 걸 계속하는 건 아니니까 끝내는 건 맞는 것도 같고.
졸업이라는 게 어찌 보면 그냥 여기까지 해라, 하는 말인 것도 같아요.
하려면 더 할 수 있는데 그냥 이쯤 하면 적당히 다음으로 넘어가도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 하자. 뭐 이런 느낌. 그 있잖아요. 회사에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퇴근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이만큼은 졸업하고, 다음 단계에서 계속하자. 뭐 이런.
아, 요즘 제가 매일 졸업하려고 하거든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어차피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일의 나에게 조금 건네자. 내일, 내 일을 하자.
뭐라고 해야 할까요. 졸업 전에는 무조건 지금 다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야 통과가 되고, 졸업도 다 끝내야 하고. 그런 줄 알았죠. 그런데 그냥 때가 되니까 졸업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매일매일 졸업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죠. 오늘 수고한 만큼 오늘 졸업하고, 내일은 또 새로운 졸업을 하고.
그러니,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더 수고하시겠지만. 오늘 저도 또 졸업해야겠어요. 손님이 오늘 마지막 손님이거든요. 감사했습니다. 또 찾아주세요. 졸업도 축하드리고요.
by. 에라이 / 2월 3주차에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