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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09. 2019

아침은 매일 오고, 새벽 5시 알람도 어김 없습니다.

/ 에라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중입니다. 오른편에선 스피커가, 왼편에서 휴대폰이 알람을 울립니다. 차례로 알람을 끄며 방불도 켭니다. 책상 위엔 물이 한 병 담겨 있습니다. 물을 모두 마십니다. 잠시 정신을 차릴 때까지 의자에 앉습니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몸을 일으켭니다. 이제 화장실에 가서 나갈 채비를 합니다. 씻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깁니다. 30분에서 40분 사이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불을 끕니다. 문을 열고 집을 나섭니다. 아직 하늘은 어둡습니다. 밤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죠. 그 시간에 집을 나섭니다. 이제 일주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집을 나서는 시간마다 영상을 남기는 중입니다. 매일 아침 나는 몇 시에 집을 나섰는지, 며칠이나 연속으로 이 짓을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함입니다.


이 시간에 집을 나서며 향하는 곳은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닙니다. 게다가 시간을 들여 회사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하철로는 첫 차를 타야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는 곳은 운동을 하는 곳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겐 '몸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아침을 더 힘들게 맞이하고 있는 겁니다. 이 이른 시간에도 30-40명의 사람들이 모입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 첫 주엔 모두가 잘 해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저는 왜소한 편입니다. 젊은 편이기도 합니다. 꽤 건강한 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함께 하는 운동에서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때 운동부를 하기도,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해서 체중감량을 대폭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른 것 같습니다. 땀을 흠뻑 흘리면서 숨을 헐떡입니다. 그렇다고 퍼질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곧장 회사로 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은 8시 전후. 이전이었으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시간입니다. 집에서 회사라고 해봤자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기에 8시가 넘어서 일어나도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8시에 출발해도 빠듯한 아침이 되었습니다. 일어나는 시간은 3시간이나 앞당겨졌지만 오히려 시간이 촉박합니다. 운동으로 무거워진 몸을 2호선 지하철에 싣고서 회사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자리에 앉으면 그나마 낫습니다. 하지만 꼭 그러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시간은 왜 그런지 시간기 더디게 흐릅니다.


회사 화장실에서 미처 갈아입지 못한 체육복을 갈아입습니다. 그리고 업무를 시작합니다. 근육통으로 온몸이 당기지만 일을 미뤄둘 수는 없습니다. 컴퓨터 앞에 자리 잡고 일을 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되지만 아직 점심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어찌어찌 점심을 먹고 오후 일과를 하다 보면 또 배가 고픕니다. 또 어찌어찌 간식을 챙겨 먹고 집에 와서는 어찌어찌 저녁을 해결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그리고 운동 미션을 하고 얼른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합니다. 내일 아침은 금방 돌아오기에 이 저녁 시간을 그대로 소비해버리면 큰 코 다칩니다.


매일 아침은 어김없이 옵니다. 새벽 5시도 매일 반복되고, 매일 그 시간을 맞이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얼마나 반복해서 이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00일은 5시에 일어나 이 아침을 온몸으로 맞아야 할 텐데 조금 자신이 없습니다. 아침마다 하는 운동은 고되고 내가 이걸 포기해버리면 어쩌나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일단은 매일 새벽 5시로 알람을 설정합니다. 이 알람은 언제든지 끌 수 있지만 아침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이기에 얼마 간 하고 뚝 끊어버려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걸 연습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물 한 병을 마십니다. 내일도 그렇게 해야 할 테니 저는 얼른 잠자리에 들려합니다. 이것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by. 에라이 / 9월 4주차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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