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나는 갇혀 있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휴직을 했다. 처음엔 휴가였다. 그런데 휴가만으로는 일을 처리하지 못할 사정이 생겼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휴직을 신청했다. 그 기간 중 절반은 병원에 있었고, 그 나머지의 대부분은 부산에 있었다. 자유시간이 많지 않은 휴직이었다. 자유도가 높지 않은 휴직이었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휴직이란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에 일을 하지 않는 대신에 자신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이나 취미를 해보기 마련이라지만 나의 휴직은 달랐다. 무엇보다 나는 갇혀 있었다.
절반을 병원에서 지냈던 이유는 어머니의 수술 때문이었다. 나는 어머니 수술의 보호자로 병원에 함께 입원했다. 예정대로라면 처음 일주일 간의 휴가 기간에 수술이 마쳤어야 했다. 그 이후엔 동생과 교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놈의 코로나가 문제였다. 수술방에 들어가기 위해선 코로나 음성이어야 하는데 병원에 있는 동안에 어머니가 코로나 확진이 되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잔 나는 음성이 떴지만 말이다. 그래서 수술을 하지 못하고 병원에 격리되었다. 처음엔 1인실에, 다음은 2인실, 다음은 5인실, 그리고 6인실. 병원 안에서 이사의 연속이었다. 병원의 오락가락하는 행정 때문에 확진자들이 모인 곳에서, 더 많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나중에는 격리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인데 새롭게 확진된 사람과 한 방에서 지내기도 해야 했다. 그 기간동안 비확진자인 나는 비닐을 온 몸에 두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다행이랄까, 끝까지 나는 코로나 확진을 피했다. 어렵사리 격리 기간 2주를 마치고 어머니의 수술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그런 기간이 거의 한 달이었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지만 어머니를 계속 돌봐야했다. 혼자서 걷지 못하셨기 때문이다. 거기에 바쁜 토마토 농사일이 걸렸다. 어머니가 걷지 못하셨기 때문에 농사일을 거들기 어려웠다. 그 자리를 누군가가 대신 해야 했다. 회사를 휴직한 나와 학교를 휴학한 막내 동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나머지 휴직 기간의 대부분을 부산에 남았던 이유다. 서울에 올라와 다른 일자리를 찾는다거나 홀로 설 방법을 찾을 짬을 내기 어려웠던 이유다.
휴직이 끝나기 2주 전, 서울에 올라왔다. 휴직하는 기간동안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본 곳에서 다시 또 면접을 보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1차 면접은 병원에서 화상으로 진행되었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본 면접이었다. 그 면접의 연장선에서 이번엔 대면으로 면접이 진행되었다. 그걸로 부족했는지 다음 날에 다시 한 번 더 미팅을 하자고 했다. 처음 공고에는 없던 팀으로의 전환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합격하지 못했다. 3번의 시간을 쏟았지만 회사를 옮기는 일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휴직의 목표에 있던 일은 아니었다. 휴직하는 기간 동안 이직보다는 오히려 퇴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기에. 공공기관인 지금의 회사에 계속해서 시간을 써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더군다나 지금은 전혀 나의 지난 이력과는 무관한 팀에 있이었다. 불편한 마음으로 근무하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런 이력은 나중이라도 전혀 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이 회사에 머물러야만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적어도 나의 판단엔 그랬다. 아니, 선배들의 모습도 그럴 뿐이었다.
이직은 물 건너 갔다. 그래도 아직 휴직기간이 남았다. 부산에 있었다면 다시 토마토가 있는 비닐하우스에 나가야 했지만 서울 자취방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한참을 자고, 또 자고, 그리고 또 잤다. 그러다가 늦은 저녁에서야 다른 일을 하겠다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나면 도루묵이었다. 이래선 다른 주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휴직인데, 휴직인데, 휴직인데 이렇다고?! 휴직 기간동안 회사에 돌아가지 않아도 될 방도를 내지도 않고도 이럴 수 있다고?! 뭐, 굳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휴직기간을 마치고 그저 회사로 돌아가면 그만이긴 했다. 그런데 내가 정말 그걸 원하는 것일까? 그런데도 이렇게 한다고? 이럴 바엔 차라리 부산에 돌아가 일을 돕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내 동생이 매일 고생하고 있으니 며칠이라도 더 일손을 거들어야지. 그래서 나머지 기간도 부산에 내려가 지냈다.
그렇게 지내다 휴직이 끝나가는 이제서야 다시 서울에 돌아왔다. 오늘은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마지막 평일. 오늘도 뭐 다를 바가 없었다. 계획한 일을, 그러니까 회사에 가지 않아도 돈벌이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그런 일들을 다 처리하지 못했다. 시간이 많다고 많은 일을 처리하는 건 아니었다. 집에서 나갈 일이 필요했다. 집에 있기 때문에 그 모양이 아닌가, 라는 나만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니까 결국에 나는 집을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작정 프리랜서라거나 무작정 1인 기업이라거나 무작정 퇴직은 금물이다. 그러니 다음 주엔 무사히 회사에 출근을 해야겠다. 일단은 나의 결론은 그렇다. 한 달 휴직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