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언니 Dec 03. 2023

경력 이직이 어려운 이유

'잘할 수 있습니다.'가 아닌 '잘합니다.'를 보여주기

현재 직장이 경력직으로 이직한 두 번째 직장이다. (세 번째 회사라는 이야기) 

처음 이직할 땐 채 3년을 못 채우고 이직하여 중고 신입과도 같은 이직이었다. 

당시 나는 경력 이직이니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강했지만 맡은 업무는 모두 새로워 신입과도 같은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래서 열정만 가지고 늘 긴장하며 회사를 다녔고, 

열정은 많지만 미숙한 중고신입 포지셔닝으로 인해 역량 검증 차원의 프로젝트 딜레이가 종종 발생했다. 


'잘할 수 있습니다', 와 '잘합니다.'는 천차만별이다. 

내가 두 번째로 몸담은 직장에선 전자의 나를 어필했고 '잘합니다.'를 보여주기까지 서비스를 론칭하는  2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이때 난 큰 서비스를 잘 론칭해 '다음 프로젝트도 잘합니다.'라고 외쳤지만, 회사에선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지 꽤 긴 검토 기간을 가졌다. 


당시 난 왜 이리 나를 과소평가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두 번째로 경력 이직을 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이전 회사에선 나에게 일을 온전히 맡겨도 문제없이 돌아간다는 믿음이 적었던 것 같다. 


이를 깨닫고 현 회사에 이직하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목표한 일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잡자였다. 


이렇게 목표를 잡은 이유는 한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이다. 

이전 회사를 함께 다닌 친구인데 어느 곳에서나 인정받고 잘하는 친구여서 업무 고민이 있을 때 종종 연락하곤 했다. 그러다 각자 현 회사를 다니며 이전 직장 이야기를 하던 중, 친구가 어떤 회사던지 처음에 포지셔닝을 똑 부러지게 하면 이후 업무가 수월해진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나이도, 이전 경력도, 학벌도 상관없이 처음에 이 사람이 맡을 일을 논리적으로 잘 수행하면 이후 더 어려운 프로젝트를 할 때도 불필요한 검토 기간이 줄어들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주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먹고 이직했음에도 믿을 만한 사람이 되는 과정을 쉽지 않았다.

경력 이직의 첫 단계, 철저한 업무 파악을 해야 하는데 일이 정말 어려웠다. (지금도 어렵다.) 

회의에 들어가도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팀에서 해야 할 일들도 할 수가 없어 그대로 두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정말 이를 악물고 몇 개월간 업무 파악에 힘을 쏟았다. 

내가 못하는 일들은 어떤 부분에서 막혀서 못하겠는지, 내가 결론 내린 일은 어떤 추리 과정을 통해 나온 결론인지, 등 시니어가 봤을 때 상대적으로 교정하기 쉬운 포맷을 이용해 질문하곤 했다. 

이렇게 여러 케이스를 분석하고 파고드니 어느 순간 '이 일은 이렇게 처리해도 되겠는데?'라는 감과 함께 처리 과정과 대처 방법을 팀에 공유하면 다들 내 의견에 동의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렇게 팀에서 중요시하는 일들을 하나, 둘씩 섭렵해 가며 업무를 파악했고 이 과정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 과정을 팀 내에 보여줄 수 있었다. 


단 기간은 아니었지만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접근한 것이 내게도 좋았고 더 나아가 평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경력 이직을 한 사람 입장에선 언제쯤 1인분 업무를 할 수 있을지 초조해하며 잘하던 일도 실수를 하며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빨리 되는 것이 경력직 영입을 한 사람들의 기대일 것이기에 처음부터 너무 크고 대단한 일을 하기보단 맡은 업무를 논리적으로 잘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하지만 너무 큰 도움이 된 인사이트라 최근 1년 사이 경력직으로 이직한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오늘 브런치를 작성했고 나처럼 도움이 되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