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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23. 2016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세요

'오늘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함

"순하다 착하다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당신은 굉장히 머리가 비상하고 계산적인 성격입니다. 그 악랄한 상사에 대항하지 않는 것도 그게 본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이죠. 겉으로 당하고 있는 것 같아도 지금 현실적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당신이에요. 그동안의 계산된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결국 당신의 편으로 만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본인의 약은 본성을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그동안의 인내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동안의 피해의식은 씻긴 듯이 사라지고 없었다. 자신이 사실은 상사를 이용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자 더 이상 스트레스가 느껴지지 않았다.

2016.05.11 강남역 알라딘에서 읽었던 여성 에세이 속 짧은 구절


2013년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휴학을 하고 국내 대기업 파견직으로 약 2개월 간 근무한 적이 있었다. 원래는 7개월 계약직이었지만, 나는 이 시간을 다 채울 자신이 없었고, 겨우 2개월을 간신히 채우고 나왔다. 무엇보다 하루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야 내가 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직속 상사는 나와 띠동갑의 여자 상사였고, 그 당시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노처녀의 사회적 인식을 강요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당시 내가 맡았던 업무는 부서의 신설된 업무였으며, 나의 상사도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알아내고, 내가 찾아보고, 내가 판단'해야 했다. 신입에게 '판단'은 가혹하기만 했다. 모르는 것은 물어봐야 한다!(정말 하찮은 질문이 아니라면..)라고 생각했으며,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나였지만, 돌아오는 상사의 눈초리는 매번 감당하기엔 벅찼다.

불금은 주말을 맞이하기 바쁜 날이지만, 나에게 그 당시의 불금은 돌아올 월요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날일뿐이었다. 일요일 밤마다 부산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하며 울기 바빴고, 한시라도 떠들기 바빴던 나는 하루에 두세 마디 말을 꺼낼까 말까 한 정도로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력이 약한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서 어떻게든 참고 지내보려 했지만, 어느 날 언니와 형부랑 저녁을 먹던 중, 너무 서럽게도 눈물이 터지는 바람에 나는 그만둬야겠다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위의 구절을 힘들었던 저 당시에 읽었다면, 나는 근무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었을까. 상사를 미워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을까. 

그 당시의 기억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하였는지, 회사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나는 괜히 움츠려 든다. 나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었다. 나의 상사는 흔히 말하는 악덕 상사도 아니었고, 무작정 후배를 괴롭히는 상사도 아니었다. 그냥 나에게 좋지 않은 추억이 되어버린 것뿐. 나 역시도 분명 미운털이 박힌 일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신입인데도 불구하고, 잡다한 업무를 자기가 도맡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던지.. 말이다. 내가 상사였다면, 개념 없는 후배쯤으로 보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매 순간 그 아이가 움츠려들게끔 눈치를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옥같은 월요일엔 피맥이지

오늘은 지옥의 월요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직장생활의 고됨을 너무 겪고 싶은 취준생이다. 지금쯤은 저 구절대로 마인드 컨트롤하며, 이전보다는 조금 더 나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취업은 언제 되려나.. 싶다. 이 땅의 직장인과 취준생들이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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