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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남PD Jun 21. 2022

#말빠른아기, 비결은 아기 눈높이에서 천천히 대화하기

외할머니의 대화법

PD인 나는 아기를 가지고는 외부 취재나 촬영을 갈 수가 없어 주로 사무실에서 기사 쓰는 일을 주로 했다. 외부 취재만 안 나갔다 뿐이지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글을 써야 했고, 띄어쓰기, 오탈자, 팩트체크를 위해 내가 쓴 글을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했고, 완벽하게 검수를 마쳐야 하루 업무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효동아, 그런거 어떻게 알았어?"

"알지 뭐~" 


6, 7개월에 말을 시작해 지금 29개월이 된 내 딸은 엄마 전화 통화 내용을 듣고 궁금한 걸 질문할 정도로 말이 빠르다.


12개월 무렵 효동이



말이 빠른 대신 대근육 발달은 늦어 15개월에도 손을 잡아 줘야 걸을 정도로 늦게 걸었다. 보통 여자 아이들이 말이 빠르고, 남자 아이들이 대근육 발달이 빠르다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10개월 차이나는 효동이의 사촌은, 남자아이이지만 말이 빠르고 심지어 발음도 매우 정확하다. 


조리원에 함께 있던 친구들은 수십만원 짜리 말하기 수업을 시키기도 했는데, 5분 수업에 가격이 너무 비싸기도 했고, '말하는 걸 굳이 가르쳐야 할까..' 하는 생각에 아예 할 생각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 효동이는 엄마, 아빠를 겨우 말할 무렵 '사낭해요(사랑해요)'라는 서술어도 하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가 말이 빨랐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말이 느려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경험담을 남겨 보려고 한다.



동요 들으며 밥 먹는 효동이. 쿵짝쿵짝 신나는 음악과 함께라면 밥도 잘 먹고, 귀도 뚤렸던 것 같다.



#1. 흥순이, 비결은 매일 동요 들려주기 

육아휴직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바로 아기 밥을 먹이는 시간이었다. 요리에 젠병인 나는 삼시 세 끼 밥을 아니 이유식을 해서 아이를 먹이는 게 쉽지 않았는데, 밥하는 것 만큼 힘들었던 것이 아이 밥을 먹이는 시간이었다. 밥을 좀 잘 먹었으면 해서, 틀어놨던 것이 동요였다.


그 때 들려줬던 노래가 <꼬부랑 할머니>, <맴맴>, <산할아버지>, <크레파스> 같은 아가들에게는 약간 어려울 수도 있는 '엄마 취향 동요'들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꼬부랑 꼬부우랑~~', '고추먹고 매앰맴~', '산할아버지~ 구름 모자썼네~~', '사가지고 오셨어요 음음!' 같은 소리가 재미있는 노래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노래들을 틀어 놓고 밥을 먹이니, 밥도 잘 먹고, 흥얼흥얼 하며 즐거워했는데, 그게 꽤나 아이의 귀를 트고 말을 트는데 유용했던 것 같다.



#2. 사운드북 읽어주기

"영차~ 영차~ 으랏차차, 여엉차!"


장난끼가 많은 나는, 아기에게 책을 읽어줄 때 기사 멘팅이나 영상 나레이션 할 때처럼 동화를 읽어줬다. 장난 반, 놀아주기 반, 리듬을 타면서 읽어준 책들은 아기 말을 트는 데 좋지 않다는 사운드북들이었다. 버튼을 누르면 사운드가 나오면서 책을 읽어주는 것들인데, 나는 이걸 눌러 놓고 엄마가 동시에 읽어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유는 사실 말 못하는 아가와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 할말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혼잣말을 계속 중얼대는 것 같아서 사운드북의 도움을 좀 받았는데, 어쩌다보니 이것이 아기의 말에 매우 큰 영향을 줬던 것 같다.



아기들도 다~ 안다. 어른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아기도 똑같이 느끼고 반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의 반응과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하다.



#3. 아기 눈높이에 맞게 대화 하기

"효동아, 이건 나뭇잎이야~ 초록초록 하지? 어제 비가 와서 이렇게 나뭇잎들이 초록초록해졌어~"

"효동아, 밤이 됐네~ 이제 밤이 돼서 햇님이가 쏙~ 들어가고 달님이가 쏙~ 나와서 밤이 된거야~"


우리 엄마는 하루종일 아기와 대화를 했다. 10개월차이 조카를 돌봐주실 때에도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아기에게 하루종일 대화하고 이야기를 걸어 주셨더랬다. 


"엄마, 엄마는 무슨 말을 그렇게 많이 해?? 애기랑 할 말이 그렇게도 많아? 나는 효동이랑 하루종일 있어도 할 말이 없어..."

"애기들이 모를 것 같아도, 다 알아, 천천히, 아기한테 말 많이 해줘~"


그 결과 조카는 두 돌이 되기 전부터 나무와 꽃을 매우 좋아했고, 말을 아주 수준급으로 잘했다. 그런 조카를 보며 '우리 딸도 말 잘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 말 잘하는 사촌오빠와 느린 속도로 말 걸어주시는 외함미, 그리고 조목조목 설명 잘해주는 이모 덕에 아기 효동이는 조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할 정도로 말이 빠르고 역할놀이를 좋아한다.



4. 아기의 옹알이에 반응하기 

동생은 정말 조카의 작은 반응에도 조목조목 설명을 잘 해준다. 화도 잘 안낸다. 나는 가끔 애기가 너무 떼를 쓰거나 가끔 식판을 엎거나 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데, 요가 강사인 동생은 마음이 평화로워서인지 정말 화를 잘 안낸다. 그리고 아이의 표현에 매우 잘 반응을 해 준다. 


'아, 저래서 광복이가 말을 잘하나??'


그래서 나도 동생처럼 아기의 표현에 반응을 해주기 시작해봤다. 


"미야~ 미야~"


''미야'가 뭐지...?' 보아하니 '미아'는'물'이었고, 아기는 물을 먹고 싶다는 표현을 하고 있었다. 

"아~ 울 효동이 물 먹고 싶어?"

"응~"

"어~ 알았어~ 엄마가 '미야~' 줄게~"

"미야, 미야!"

"아~~~ 시원~하다! 미야 시원~하지?"

"시원~"


아기의 말에 반응하면, 아기는 더 신이 나서 말을 하는데, 사실 아기는 6, 7개월만 돼도 주변 분위기나 나를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 환경과 분위기를 모두 안다. 아기도 아직 발달 중이어서 그렇지 전두엽에 의해 모두 느낀다. 다만 말로 표현을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기들이 '뭣도 모른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동요, 동화, 대화, 반응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기의 작은 반응에도 반응하는 엄마의 사랑과 표현이다. 나는 지금도 아기가 자면 "효동아, 사랑해~~" 귓가에다 속삭여 주는데, 아가는 엄마의 그 말을 들으면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잠결에도.


사실 의사도, 언어치료사도 아니지만, 아기를 쪼금 키워보니 아기의 발달은 엄마와 상호작용, 그리고 빠른 반응속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왜냐하면, 아기도 사람이니까. 전두엽이 있고, 상호작용을 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사람이니까, 자신이 존중받고 있고, 자신의 의견에 엄마가 반응해준다는 것을 아기도 느끼니까.


세상의 모든 엄마들, 화이팅!

 

#말빠른아기 #아기언어 #육아 #육아소통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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