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오랜만에 글 좀 써볼까?하고 마음만 먹으면 금방 줄줄 쓸 수 있었는데. 2019년 한 해동안 분명 예전보다 훨씬 바쁘게 살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 오히려 글은 써지지 않는다. 글을 예전만큼 자주 안 쓰다보니 글 쓰는 능력이 퇴화된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내 마음에 솔직할 자신이 없다는 거다. 이제 겨우 1년차 사회 초년생 주제에, 나는 너무 현실과 많이 타협해버렸다. 싫은 것들을 일일이 하나하나 다 싫어할 에너지가 없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고, 괜찮다고 합리화하며 얼른얼른 내 마음속에서 지워버려야 내가 살 수 있다. 물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 감사한 일들도 많지만 내 마음 정리할 시간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겨버렸더니 좋고 싫은 것들이 그냥 통째로 섞여서 내 속에 고여버린 것 같다. 내가 이걸 하고 싶어서 하는건지, 해야되기 때문에 하는건지,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 잘 모르겠다. 이게 무슨 사춘기 청소년스러운 멘트인가 싶겠지만 진짜 요즘 내가 그렇다.
하루동안에도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셀 수 없이 많고 그것들을 다 소화시킬 수가 없다.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대한민국 직장인들 대부분이 이렇게 살아가겠지, 그렇게 스스로 위안 삼으면서도 건강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내가 진심으로 웃고 즐거워하며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이 더 많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아이패드 앞에 몇 시간을 앉아서 겨우 이런 글을 썼다.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