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원일 goldbranch May 14. 2021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손모가지

손이 아파서 쉬려면

돈을 바짝 벌어놔야 되니까

손을 무리하게 쓰면서

이것만 하고 당분간 일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만 하는 생활이 벌써 몇 년째

손이 쉬기 위해 손을 더 쓰는 아이러니


손을 안 쓰고도 돈이 알아서 벌리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하니까 손은 더 망가지고

그런 걸 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사람이 살아야 하니까 집안일은 해야 하고

빨래만 해도 손은 망가지므로

집안일조차 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도시락을 사다 먹으니까 쓰레기는 더 많아지고

설거지를 덜 하니까 다른 청소를 더 많이 해야 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일들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휴식은 돈과 직결된다

인풋이 적으면 아웃풋을 줄여야 하는데

보험을 해지할 수도 없고

주택청약을 해지할 수도 없고

병원비를 줄일 수도 없고

옷을 사길 하나 화장품을 사길 하나

난 미용실도 안 가는 사람이다


이번 달을 위해 중고 물건을 팔아야지


참 희한하다

빈곤하지도 않고 굶지도 않고 누구와 싸우지도 않는데

왜 모자라다 모자라다 한탄하고 있을까


이 심정의 기저에

패배감이 깔려있다

더 인정받고 싶고 더 알려지고 싶고

아직 나오지 못한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내 능력으로는 하지 못해서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기 잘못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