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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사람 Sep 28. 2015

내 집에서 볼 수 없는 한국시리즈

잠실 중립구장 규정 폐지에 즈음한 소고(小考) 

호갱짓의 상징. 유니폼.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본 지도 벌써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최근까지도 알 수 없었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규정이 잠실 중립구장 규정이었다. 분명 광주를 연고로 한 해태 타이거즈 (현 KIA 타이거즈)인데 우승 트로피는 광주보다 잠실에서 들어 올린 것을 본 적이 훨씬 많았다. 작년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대구에서 또는 목동에서 경기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잠실에서 1루, 3루를 차지하고 응원 단상에서 열띤 응원으로 우승하라고 응원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올 해도 이런 촌극이 벌어지나'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물론 경제 논리에 의해서 많은 팬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 것은 누가 보아도 '이해 할 수 있는 논리'인 것은 맞다. 규정이 있으니 지켜야 하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해괴한 규정(프로농구도 중립 경기를 하긴 했지만 비교적 수용인원이라는 논리에서 꽤 빨리 빠져나온 편이다.)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어디서 보고 힌트를 얻어 만들었지 도통 감이 오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냥 '규정'이라고 하니 지켜기는 해야 하는 것이고 아무 생각없이 그저 '올 해도 중립경기 보겠구나' 하며 잔치 구경이나 하는 수 밖에 없었지만.


파란 하늘 아래에서 하는 야구는 모두를 들뜨게 만든다

그렇게 일상 생활을 보내다가 한신 대 소프트뱅크의 일본 시리즈에 대한 스포츠 뉴스 소식을 접했다. 이대호 대 오승환의 대결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섞인 당시 일본 시리즈 기사를 보면서 속으로 '오호, 재미 있겠는데?'하면서 기사를 주욱 접해 나갔다. 무슨 이유였는지 갑자기 문득 '저기는 중립 경기는 안 하겠네'라고 생각을 하였고 호기심에 일본 시리즈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우리나라와 별 반 다를 것 없는 시리즈 규정이어서 그냥 스크롤만 내리고 있었는데 한 가지 눈에 띄는 글귀가 보였었다.

 

많은 이들 앞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축복 중 하나

'일본시리즈 야구장 수용 기준 인원이 3만명'  


그냥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읽어 내려 나갔는데 우리나라의 한국 시리즈 규정과 정말 흡사한 문구가 나왔던 것이다. 혹시나 해서 찾아 보았는데 3만명 이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리즈를 진행 한 사례가 몇 번 있었다. 한 번은 1975년 일본시리즈에서 당시 히로시마 토요 카프의 홈 구장이 24,500명이었지만 진행 한 역사다. 한참 전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말려고 했더니 2013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일본시리즈 참가팀 토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수용인원이 28,120명이지만 진행 한 것. 다 뒤져보지는 않았지만 수용인원 문제로 인해서 실제로 타 구장으로 옮겨서 한 사례가 1979년 80년 이 두 차례만 눈에 띄었다.


아무리 낡고 서러워도 내 집이 좋은 법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일본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혹시 이 규정을 보고 따라 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잠시 했다. 우리의 시리즈 규정을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2만 석 미만 홈구장을 보유한 구단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경우 잠실에서 중립경기가 열린다.' 


이러면 여기에 해당하는 야구단이 삼성(올 해를 마지막으로 이사가지만), 넥센(10,600석-16,000명), NC(11,000석), 한화(13,000명) 이 네 구단은 한국 시리즈를 할 때 마다 타지에 가서 한국 시리즈를 진행해야 하는 촌극을 겪는 것이다. 

       

잠실 야구장만한 수용인원의 야구장이 모든 팀의 홈 구장인 것을 바라면 큰 욕심일까

이 촌극은 KIA 타이거즈가 해태 시절까지 모두 합하여 광주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횟수가 한 번 뿐이라고 하는 사실은 그래서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사실에서 드러난다. (물론 당시의 해태는 너무 압도적이어서 상대방에게 공포이자 짜증 그 자체였지만.) 어디든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데 큰 문제가 있겠냐만 자신의 집에서 만끽 하는 것과 '집 처럼 여기라'고 하는 곳에서 느끼는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구가 없는 겨울 날들이 가장 괴롭다

다행이 올 해를 마지막으로 내년부터는  1, 2, 6, 7차전은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3,4,5차전은 플레이오프 최후 승자의 집에서 열린다. 희노애락을 같이 느꼈던 집을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 그리고 인프라 문제 때문에 뒤로하고 타지에서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한 두 번이면 이해를 해 보겠지만, 그러한 역사가 자꾸 쌓인다는 의미는 인프라의 불균형을 떠나서 지역의 프로야구 팬을 무시하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전에도 일본은 수용 인원으로 인한 문제제기가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아직까지도 현실성 없는 규정을 폐지 하지 않았다. 이를 미루어 볼 때 대한민국의 중립 구장 폐지 움직임은 프로야구의 시작은 일본보다 늦었고 인프라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지역민들을 위한 훨씬 현명하고 지혜로운 대처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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