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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Mar 27. 2024

남편과의 대화에서 필요한 것

대화 번역기

2024.3.27 수


"콜록콜록"

자면서 생각했다. '어라? 남편이 왔나?'

평소 잠귀가 밝은 편이라 숙면을 위해서, 에어팟프로를 노이즈캔슬링 모드로 해놓고 잔다. 어제는 그냥 잤더랬다. 둘째가 남편방에 건너가서 잔다고 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화요일 아침 통화하면서 그랬다.

"이번 주는 매장 영업을 밤 12시까지 해야 할 거 같아. 그래서 내일이나 모레 낮에 옷만 챙기러 갈게."

그런 줄 알았다. 평소 특별한 연락이 오지 않는 날에는 거실에 불은 꺼두고, 남편방에만 불을 켜둔다. 내 방과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자다가 깼을 때 불빛이 새어 들어오지 않으면, '남편이 들어왔구나!' 생각한다. 어제는 미리 연락도 받았기에, 둘째가 아빠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그 방에 TV가 있기 때문이며, 둘째는 유치원 때부터 잠자리독립을 했기에 초등학교 중학년인 지금은 방에서 혼자 자는 걸 더 선호한다.)


'그러면 지금 거실에서 자고 있나?!'

새벽 1시경 콜록이는 소리가 들렸는데, 위층인가 싶어 다시 잠들었다. 그런데 새벽 3시에 또 들리는 게 아닌가?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작은방으로 가서 자는 아이를 깨워서 아이 침대로 데리고 왔다. 남편이 거실에서 소리쳤다. "아! 놔두라고!"


예전 같으면 목소리 크기에 놀라서 움찔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그대로 두고 나왔을 것이다. 그러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된다. 누구도 편하지 않은 상황이다. 짧은 순간 생각했다. 어떤 게 남편을 더 위한 것일까?

남편이 소리치더라도, 우선 아이를 데리고 오자 싶었다. 자는 아이를 깨워서 아이 침대로 데리고 왔고, 나도 조용히 내 침대에서 다시 잠들었다. 바로 잠들지 못해서 잠들기 전 읽던 책 언어의 정원을 조금 더 보다가 잤다. 짧은 몇 시간 동안 깊게 잠든 거 같다. 아이는 바로 다시 잠들어서 꿀잠을 잤다고 한다.


과거 나라면 어땠을까? 남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아이를 깨우려다 두고 나왔을 것이다. 남편이 진짜 원하는 걸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남편은 본인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었다.

'이거였다!' 그러면 남편은 왜 큰 소리를 냈을까?


자는 우리를 깨우기 미안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내가 잠귀가 밝은 것도 알고 있고, 예전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힘들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내가 자다가 깨서 본인을 돌보는 상황이 민망했을 것이다. 남편은 미안할 때 화를 낸다. 예전에 나라면 얼어붙었겠지만, 이제는 생각해 본다.

'그가 진짜 전하려는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오늘은 남편 전용 번역기를 돌려서 이렇게 알아들었다.

'나는 괜찮으니, 너 들어가서 더 자.'

이런 말이 아니었을까.


내 마음은 '거실에서 자면 불편할 텐데, 몇 시간이라도 방에 들어가서 푹 자. 낮에 피곤했을 텐데.'였다.


우리 부부는 아침에 이러한 속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추측할 뿐이다.


실제 나눈 대화는

"어제 매장에 사람이 있었어?"

"요즘 날이 추워서 벚꽃이 늦게 필 거 같아. 아직 꽃봉오리뿐이야."였다.


예전에 나라면 상대와 연결되지 않은 공허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중메시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우왕좌왕하다가 힘들었을 거다. 이제는 안다. 그는 마음과 행동의 결이 조금 다르다는 걸 말이다. 그는 당장 바뀌기 힘들 테니, 상대인 내가 알아차리면 된다. 그러면 되지.


오늘 아침 남편전용 '대화번역기' 사용 내역이다.















*'나는 괜찮아'라는 추측한 마음이 진짜라면, 더 마음 아픈 일이다.

나에겐 '나는 괜찮아'는 슬픈 문장이다.

차라리 원하는 걸 표현해준다면 더 좋을텐데,

그가 그 자신을 더 잘 돌보고 있다는 말일테니 말이다...








사진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 Mabel Amber, who will one day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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