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수치심이 올라오는 이유
2024.6.10 월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공개사례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두 달 전의 '나'가 전문성을 기르고 싶어서 무턱대고 신청했다. 올해만 두 번째 공개사례 발표이다. 오늘 아침에 눈뜨는 순간 후회했다. '내가 그걸 왜 신청했을까?!' 사실 보고서를 제출할 때도 깊은 한숨을 쉬면서 후회했다. '내가 왜....' 사실은 안다. 나는 상담사로서 전문성을 기르고 싶은 욕구가 큰 것이다.
내가 만나는 내담자에게 부족한 상담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를 더 단련시키고 싶었다. 보고서도 잘 쓰고 싶고, 상담시간에 내담자의 말도 잘 따라가고 싶다. 그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사례회의 시간에 슈퍼바이저 선생님의 말도 모두 알아듣고 싶다. 그래서 책도 읽고 전문지식도 더 쌓고 싶다.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세계의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다.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결 하나하나 숨결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는 알아차리고 있다. 내가 어떤 마음인지를.
그럼 '왜' 잘하고 싶은가?
더 깊은 마음에는 이러한 것이 있었다.
'못난' 내 모습과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상담보고서를 잘 쓰지 못하는 '나'
상담을 잘하지 못하는 '나'
내담자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나'
슈퍼바이저의 가이드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나'
그리고
내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지 못하는 '나'
그 모든 것들과 만나고 싶지 않다.
나는 잘하는 '나'만 만나고 싶어서,
불안에 떨었던 것이다.
초조했던 것이다.
안절부절못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내가 하루 종일 그러했다.
상담시간을 들어갔다 나오고
발표시간까지 견디면서 이러한 마음과 만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글을 적는다.
'그러한들, 어떠한가?'
'지금 이 순간 나로 살 수 있으면 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