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센터 식구들 그리고 사진
2025.7.11 금
언젠가부터 상담실 벽면에 있던 사진,
알고 보니 슈퍼바이저 선생님께서 붙여놓은 사진이었다.
세상에, 내가 좋아라 하는 장면(민들레 홀씨, 돌틈에서 피어난 생명력이 담긴 컷)이라서 평소에도 유심히 봤었더랬는데. 나의 상담 주슈퍼바이저 선생님이 붙여놓으셨줄은 몰랐다.
"나도 사진을 좋아해서..."
선생님도 사진을 좋아하셨던 거였다.
내가 현재 주로 상담하는 곳은 대학교 학생상담센터이다. 하루 근무하는 상담사가 4-6명이고 대략 20명 이상이 근무한다. 한 달에 2회 정도 상담 컨퍼런스가 있다. 상담사례를 함께 나누고 논의하는 시간이다. 오늘 컨퍼런스 시작 전에 카메라를 꺼냈다.
요즘에 내 생활과 함께 다니는 필름카메라.
선물 받은 필름을 새로 끼워 넣었다. (감사해요! 잘 쓰겠습니다!)
(처음에는 필름을 넣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나를 보고 놀라기도 했다.)
발표자와 우리 슈퍼바이저 선생님도 한 장 찍어드리고, 동료선생님들도 한 장씩 찍었다. 컨퍼런스를 마치고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주 멤버들인데, 나에겐 상담'식구'처럼 느껴진다.
국어사전 속 '식구'가 이런 뜻이니까, 식구가 맞네.
격주 금요일 오전에는 사례를 함께 읽으면서 삶을 나눈다.
어느 순간부터 상담 슈퍼비전이 삶에 맞닿은 지점으로 느껴진다.
'삶의 어느 순간인가, 상담 피드백인가.'
다른 사람의 삶에서 내 삶을 찾기도 하고,
다른 상담자의 어려움 속에서 내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2023년부터 여기서 주 1,2회 근무했으니, 3년 차이다. 이제는 '정'이 쌓이고 있다.
나의 주수퍼바이저 선생님은 2020년도에 처음 뵀으니까, 6년째 인연을 쌓아가고 있는 분이기도 하다. 이제는 '상담자로서 스타티스'는 이 분 보다 더 잘 아는 이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초심상담사부터 지금까지... 지켜봐 주신 분이기도 하다.
이 분들을 사진 속에 꼭 담고 싶었다.
'상담사로서 나'를 생각하면 이 공간과 떼어놓을 수 없다. 여기서 개인상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제대로 수련을 시작한 곳도 이곳이다. 공부는 다른 공간에서 하고, 다른 학교에서 상담도 하지만, 상담사로서 '나'는 여기서 키워가고 있다.
이곳은 그런 곳이다.
나에게 의미 있는 공간.
아마도 상담학회, 상담심리학회 1급 수련이 끝날 때까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매년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그 결과 통과를 해야 하지만...)
아니지, 있고 싶다.
필름 현상까지 또 시간이 걸리겠지.
현상된 파일을 보면서 이 날을 또 떠올릴 것이다.
한동안 필름카메라엔,
내가 소중한 것들을 담아보려 한다.
한동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