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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고 싶은 통제권

선택할 수 있는 힘

by 스타티스

2025.9.1 월


질문이 가진 힘

질문은 힘이 있다. 바로 대답할 수 없더라도, 한 번 귓가에 맴돌기 시작하면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내 안을 떠돈다. 상담에서는 '게슈탈트 상담'의 전경과 배경 관련한 내용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전경에 떠오른 문장이 있었다. 글쓰기 톡방에 올라온 질문이었다.

"지금 내 삶에서 다시 회복하고 싶은 통제권은 무엇일까"

두 단어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다시'와 '통제권'이다.


'다시'라는 말 속에 숨은 상실들

'다시'라는 말은 내가 잃어버린 것이 있다는 뜻이다. 올해 상반기와 작년 하반기를 떠올려보았다.

첫째, 건강을 잃었다. 작년 하반기엔 해야 할 일들(업무, 셀프 이사, 연수 등)을 해내느라 나를 돌보지 못했다. 단톡방에서 매일 일상을 지켜주는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그 시간들을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정신건강은 잃지 않았고, 몸 건강만 잃었었다.

둘째, 집중력을 잃었다. 주어진 시간에 많은 것을 해야 하니 두세 가지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때도 있었다. 제출 시간 안에 보고서를 내고, 집 계약 만료 전에 이삿짐을 하나씩 옮기고, 매일 아이들을 챙기느라 고군분투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몇 시간 앉아서 고요히 읽을 수 없었다. 혼란스러웠고, 깊이 들어가는 느낌 없이 떠다니며 사는 느낌이었다.

셋째, 에너지를 잃었다. 한동안 '즐거움'이 내 중요한 가치였다. 자연을 느끼는 즐거움은 예전부터 알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즐거움의 다양함은 몰랐었다. '수다'가 그리 재미있는 건지,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이 매일 나를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일상에 채워진 많은 것들을 해내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고, 남은 에너지로 소소한 즐거움을 채웠다. 하지만 즐거움을 얻으려면 에너지가 든다. 그 에너지마저 바닥났었다.


되찾고 싶은 통제권들

나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고 싶다. 올해 하반기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며 상담 자격증 수련을 다시 시작했다. 몇 년 전 자격증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선택을 했었다. 하지만 원하는 일을 하려니 '자격증이 있어야 할 수 있구나!' 깨달았다.

예전의 나였다면 즉각즉각 등록했을 텐데, 마흔이 되면서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었다. 이제는 경험을 기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며 일시적 편안함을 느꼈지만, 영원한 편안함은 아니었다. 이제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하는 통제권을 선택하고자 한다.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고 싶다. 미루고 미루다가 막판에 몰아서 하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준비할 예정이다. 예전과 다른 점은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이제는 매순간 충분히 스스로를 인정하면서 안정감 있게 가려 한다.

에너지와 집중력을 되찾고 싶다.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면서 정작 중요한 곳에 쓰지 못하는 힘들이 있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수업과 상담 수첩 기록에 에너지를 모아서 집중해서 처리하고 싶다.


구체적인 실행들

이번 달에는 집단상담 관련 부분을 완료해보려 한다. 구상은 지난 7월부터 했고, 8월 말 동료 선생님과의 통화로 모호한 부분을 확정해 나갔다. 집단상담 날짜는 거의 확정되었고,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면 된다. 11월에는 집단상담 내용을 정리해서 공개사례발표 예정이다.

오늘 점심에는 한국상담심리학회 올해 수련 수첩 심사를 통과한 선생님과 만나 지난 경험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들었다. 2021-2023년 고등학교 진로집단상담을 운영했던 내용들도 찾았다. 다행히 그때 고생하며 쓴 보고서들이 남아있다.

버릴 경험은 없다. 언젠가는 그 힘듦이 지금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다.


마음속 타자기를 찾아서

지난 몇 년간 잃어버린 것 중 가장 되찾고 싶은 건 '마음속 타자기'다.

'오늘은 뭘 쓸까?' 매일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글로 옮기진 않았지만, 머릿속에 문장들이 마치 타자기처럼 탁탁탁 생성되었다. 어느 순간 그 타자기가 사라졌다. 나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말이다.


나는 과거 열심히 글을 썼던 나에게 열등감이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덜 읽을 뿐 아니라 글쓰기 능력도 멈춰있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Joseph Mucira님의 이미지 입니다.


머릿속에 타자기에 기름칠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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