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연대 사이, 그림자가 건네는 말
2025.9.30 화
오늘 심학원 학우님 두 분과 연락이 닿았다. 2023년, 2024년 매달 1회, 우리는 만났다. 연결감을 느꼈고, 종종 떠올리는 사이가 되었다. 그때의 나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빛났다.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예전에도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책을 읽거나 조용히 강가 산책길을 걷는 순간, 나만의 리듬 속에 머무르는 시간이 내겐 꼭 필요했다. 동시에 사람들과의 연대감도 소중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나를 따뜻하게 붙잡아주곤 했다. 나는 늘 그 두 세계의 중간 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예전에는 나를 지탱해 주던 관계가, 지금은 가끔 무겁게 느껴진다. 매주 만나도 공허한 관계가 있다. 과거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이 올라와서 충분히 느끼는 중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감을 유지하려 애썼던 나를 발견했다. 이제 예전만큼 에너지가 없다.
“나는 예전에 어떻게 살았던 걸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융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는 우리가 살아내지 못한 또 다른 가능성이다. 흔히 어둡고 부정적인 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동안 나는 관계와 연대감 쪽을 더 살아냈고, 그림자는 홀로 깊어짐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 느껴지는 회의감은 바로 그 그림자가 의식으로 떠오른 신호일 수 있다.
예전의 나는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았고, 지금의 나는 혼자 있어도 충분히 의미 있다. 둘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함께 살아야 할 두 가지 얼굴이다. 그림자는 나를 낯설게 하지만, 결국 나를 더 깊고 온전하게 만들려는 힘이다.
나는 예전의 나를 잃은 게 아니다. 그림자가 보여주는 또 다른 가능성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와 함께, 고독과 연대의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오늘도 잠시 숨을 고른다. 조금 더 가벼워져도 괜찮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