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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 Sep 08. 2023

출간일은 2월인데… 번역은 그보다 10개월 뒤에?

편집자의 일ㅡ역…역자님!!

내년 출간 도서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저자와 역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선생님, 원고가 언제 완성되나요, 출간 날짜를 몇 월에 잡으면 좋을까요.” 대부분 어느 정도 합리적인 날짜들을 말해 주었다. 그런데 한 역자분이 “음… 내년 12월은 너무 늦을까요” 하는 게 아닌가.


’내년 12월?‘


그 책의 계약서를 찾아보았는데, 내년 2월에는 출간이 되어야 하는 책이었다. 순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역자님, 이 책의 출간이 2월입니다. 뒷부분 번역은 다른 분께 맡겨야 하겠는데요. 그리고 교정이 다음 달부터는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이 대화는 오전에 시작되어, 저녁이 되기까지 계속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연락이 왔고, 집에 와서도 다른 번역자에게 연락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순간 현타가 왔다. 이 연락뿐만 아니라 지금 진행하고 있는 책의 원고와 관련된 연락, 그리고 기획 중인 책에 대한 대장님의 연락까지.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거 같아 머리가 핑- 돌았다.


모든 일을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고, 일단 머리에 있는 스위치들을 끄고 싶었다. 닌텐도를 켜고 피파2023 게임을 시작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그리고 그리즈만, 케인과 함께 리버풀을 제압했다. 프랑스 국가대표 감독으로 초청을 받아 흡족해하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핑- 돌았던 머리는 다시금 안정되었고, 무거웠던 일들은 가볍게 느껴졌다.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삶에 주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는 잠시 그 문제에서 벗어나 즐겁고 가벼운 자신만의 취미를 가지는 게 유익해 보인다.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만, 일에 매몰되어서는 안 되겠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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