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너보단 낫다는 말 또한 쳇바퀴.
문득,
거울 속의 내가 너무 낯설었다.
낯선 내 모습이 심하게 당황스러운 날이었다.
내가 맞는 걸까 저 모습은.
출근을 위해 씻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하루종일 거울 속 나를 봐도
해야할 일 외에는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한다.
순간 순간 나를 만나면 반갑다는 인사 대신 한가하냐?는 물음이 먼저인 날들.
나를 가장 잘 아는 누군가가 그랬다
쳇바퀴를 도는 것 같아, 너는.
맨날 일만 하는 거 아니야
일주일에 한번씩 봉사활동도 하고
중국어도 배우고
주말엔 혼자 여행도 떠나고
다른 누구 보다 열심히 살아, 나.
신경질적으로 말하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다.
내가 쳇바퀴나 돌리는 인생이 아니라는걸
더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도 내 일상을 떠올렸지만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또 무슨일을 하든 돌아오는 출근 걱정을 하는 내가, 나를 바라본다.
그런 나는
절망적인 표정을 하고 있다.
과연.
맞다, 니말이.
그래
그 모든 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쳇바퀴를 벗어나기 위해서였다는 걸
대면한 나를 보며
슬퍼지는 이 마음으로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난 좀처럼 거울 속 나에게 말을 걸지 못한다.
한참을 어색한 표정으로
금방 다시 익숙해지겠지 했지만,
결국은 내일 해야할 업무밖에 할말이 떠오르지 않아 모든 마음이 주저앉는다.
떠오르는 말들이 너무 덥네 혹은 비가 많이 오네, 따위의 날씨 얘기 뿐이라
조금밖에 어색하지 않았던 사이가 급격히 마음에서 멀어지는 그런 기분.
익숙함이 행복인지 모르니?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그치만 엄마, 도무지.
도무지 이 모든 것들을 행복이란 단어에 끼워맞출 수가 없어 난.
새장이 세상이었고, 세상이 새장이었다는 그 가사가 도무지, 정말이지,
이해되지 않는 날이다.
일상에서 완벽히 벗어난 시간이 존재하긴 할까.
그저 누군가에게 쳇바퀴를 도는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SNS를 내가 만들어낸 나로 도배하는 건 아닐까.
넌 정말 멋지게 사는 것 같다는
직장 동료 오빠의 말이
오늘따라 가슴에 꽂히는 건
그런 이유에서일까.
잠깐씩 벗어난 쳇바퀴에서
나는 내가 만들어 놓은 나에게 속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내 안의 나를 만나는 건
까마득한 중학교 동창을 만난 것만큼 안절부절 못하는 일이 되어버린 게
너무도 안쓰러워.
한번씩이라도 하루에
내 생각을 하고 거기에 묻혀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만 잠시라도 내 일상에서 모든 일상을 내쫓고 싶어.
나와 단 둘이 있고 싶어
무엇의 방해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