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너
나의 이야기는 너로 시작된다.
널 만나기 전 나의 일상은
어제 마시다만 식어버려 맛도 없는 커피를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대충 마시고 있는 기분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입고 나갈 옷을 정할 때
단지 어제 입은 옷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조합도 되지 않는 것들을 대충 껴입고
약간의 비에 흐트러지는 머리 정도는
아무런 신경도 쓰이지 않아
우산 챙기는 것을 귀찮아하고
뭐든 허기지지 않으면 먹을 생각을 못하고
내게 정해진 일과가 끝나 잘 시간이 되면
알람 켜진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별다를 것 없을 내일을 미리 생각할 필요도 없는채 잠자리에 드는 게 전부였다.
간간이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들의 얘기 속에 새로운 것들의 여운이 머리에 맴돌 땐
굳이 이것저것 생각할 수고가 필요없는 내 일상에 만족한다 스스로 이해하며
이젠 대화 속에 내 지난 사람들에 대한 것들은
얘깃거리도 되지 않게 흘러버린 시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단순하고 달라질 것도 없는 일상에 메모에는
오늘 A에 일어나 B에 갔다가 C를 만나고
집에 왔다.
늦었으니 자야겠다가 전부였다.
그러던 중 너를 만났다
나의 일관된 일상을 무너뜨리고
변할 것 없는 기분은 모두 빗나갔다
너란 존재는
식어버린 커피를 다시 데우는 수고를 해서라도
처음의 따뜻함을 느끼고자 하는 것과 같았다.
수많은 질문들에 답을 찾기 위해
밤새 뒤척이는 날들이 반복됬다
이해할 수 이해될 수 없는 논리가
무수해졌고
그 질문에 나는 단답형으로 답할 수 없었고
너를 포함시키지 않은 대답이 없어 시름거렸다.
누구의 얘깃 거리들에 귀 기울어져
밤새 뒤적이고 난 뒤면
어느새 내 변할 것 없는 일상들은
아우성치며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너란 존재는 그렇다
수많은 질문에 해답을 내릴 수 없어
어질러진 일상을 맞아도
알 수 없는 절실함에
놓을 수 없는
무질서의 세계다.
아무도 없는 겨울 바닷가에 남겨진 발자국들은 너를 떠올리게 한다.
왜 이곳에 네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에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