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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훈 Jan 19. 2019

사내 사택 제도와 임대주택(LH)은 무조건 좋은 것일까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나, 그것이 배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내가 20년 넘게 장기근속했던 회사는 대기업에 사원복지제도가 아주 좋았다. 급여도 동종업계 대비 좋은 편이고 조직문화도 나름 재미있고 활동적인 분위기였다. IMF가 터지는 해에 입사해서 젊은 시절 청춘을 보내고 회사와 함께 나이를 먹어갔다. 그 당시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면서 직원 채용과 승진 등이 굉장히 활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다. 지금 같은 암울한 경제 분위기 속에서는 정말 그런 좋은 시절이 있었는지 지금 젊은 세대는 상상도 하기 힘들 것이다.

 그 당시 회사가 확장 성장하면서 타지로 발령이 많이 났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고 가족이 같이 가거나 단신으로 부임하는 경우도 많았다. 회사에서는 일체 모든 비용(주거, 이사)을 부담했고, 이때 회사에서는 직원 주거안정을 위해서 사택 제도를 운영했다. 그지역 전세시세에 기반해서 아파트를 임차해주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업무에 충실하도록 주거 관련 모든 업무를 해당부서에서 다 처리해주고 직원들은 몸만 들어가서 살면 되는 것이다.

 총각 때부터 사택 생활을 했고 결혼할 때도 사택을 제공받아서 주거에 대한 별 걱정 없이 결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안정된 직장에 사택이지만 보금자리도 있었고, 승진하면서 급여도 조금씩 오르고 참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이었던 거 같았다. 회사의 사내 복지제도가 직원들에게 잘 적용되면서 본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문제는 세월이 흐르고 몇 번의 발령을 거치면서 다시 고향 쪽 근무지로 가는 경우가 발생했다. 나는 주로 경상도 쪽 근무를 많이 했는데 그중에서 대구에서 근무할 때였던 거 같다. 2012년 정도로 기억된다. 2000년 후반부터 이어지던 대구지역 부동산 가격 하락이 상승으로 턴을 하고 그해부터 한 3년 정도 폭등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후배는 당시 타 지역에서 7,8년 정도를 사택 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발령받아 온 것이다. 고향이라서 사택 제공이 안되기 때문에 살집을 알아보던 후배는 까무르치듯이 놀랐다. 7~8년 만에 오른 대구 아파트 가격을 보고 아연실색을 했다. 결국 그 후배는 가지고 있는 돈에 맞는 저렴한 가격의 아파트를 임차해서 살았던 걸로 기억된다. 어떤 직원은 부산 쪽에서 자가로 살다가 타지로 발령 나면서 살던 아파트를 팔고 그지역 사택으로 이사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 후에 부산지역 부동산 가격이 약 7~8년 정도 얼마나 올랐는지.....

 그렇다. 회사의 사내 복지제도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 생산성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 급여생활자에게 있어서 좋은 복지제도는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마약 같은 것이다. 회사는 직원들의 경제적인 마인드 정립, 개인적으로 잘살고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회사의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회사 직원들의 내 집 마련이나 자산형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는 일적인 것외에 그 무엇인가를 직원들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회사에 올인하고 충성하는 사람만이 승진하고 좋은 보상을 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사측)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




 이제 임대주택(LH)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10여 년 전 같이 근무했던 회사에서 임대주택에 거주를 하고 있던 지인이 몇 명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LH에서의 규정에 맞는 조건이어야 입주가 가능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했던 분들이 많이 입주했기에 그지인들도 그 당시에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그지인들은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시기에는 비슷한 경제력, 같은 회사에서 출발했고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한 명의 지인이 다른 지인이 게 물어본다.

" 여기 살기도 좋고 주거비도 만족스럽고 지금 당장 불편한 거도 없어. 근데 최근에 얘가 한 명 더 태어났고 큰 얘는 좀 있으면 학교도 입학하는데, 좀 더 넓은 평수에 학군 좀 좋은 민영아파트 한번 알아보려고 하는데 같이 한번 알아볼래?"

 이 얘기를 듣고 다른 지인은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지금 너무 만족하고 있고 불편한 거 하나도 없는데 왜 그런 생각하니?" 더구나 우리가 이 좋은 조건을 버리고 다른 데로 이사 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민영주택 구매했다가 가격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래? 

 결국 그 후에도 몇 번 끈질긴 설득을 했지만 한 명은 임대주택을 나가서 그 당시 분양하는 민영아파트를 구입하고, 이후에는 더욱더 좋은 환경의 아파트를 구입해서 내 집 한 채 구입한 것만으로도  전체 자산이 늘어나게 된다. 또 다른 지인 한 명은 아직도 임대주택에 그대로  살고 있다. 그 이후로 그들은 서로 왕래를 끊고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초 LH 입주할 즈음에는 현재 LH에 살고 있는 지인이  LH를 나간 지인보다 경제적으로 더 나았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자산가치는 진짜 10배 이상이 난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는 똑 같이 다니고 있다.

 이 둘에게 불과 몇 년 만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한 명의 지인은 본인이 현재 살고 있는 환경에서 나아지려고 무던한 노력을 하고, 수많은 고민, 걱정, 두려움을 하면서도 관련 정보 수집, 현장조사 등을 했다. 그리고 필요한 시기가 오면 결정을 한다. 물론 회사는 정상적으로 열심히 다니고 있으면서...

 다른 한 명의 지인은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있으며 더 나아지려는 생각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별 고민, 걱정도 없고 안정된 직장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어려움도 별로 못 느낀다. 저축도 꾸준히 하고 의, 식, 주 중 "주"를 뺀 "의" "식"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거기다 해외여행이나 문화활동도 하면서 나름 의미 있게 인생을 살고 있었다. 



                          

                    "자본주의 세상은 멈추면 넘어지는 달리는 자전거와 같다"

 

개개인의 삶의 방식, 가치관, 생활패턴이 다르기에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답은 없다. 단지 경제적인 측면이나 위 두 명의 생각과 행동이 후에 어떤 결과를 가지는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사원사택 제도(복지제도)와 LH 임대주택은 정말 좋은 의도로서 회사나 정부 지자제에서 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수헤를 받는 이도 수혜를 주는 이도 모두 공감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감성적이고 현실적인 면보다 경제적인 측면과 미래지향적으로 본다면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첫째, 내가 영원히 회사나 임대주택에 있을 수 있냐는 문제이다.

 회사를 다닐 때 특히 연고지를 벗어났을 때만 사택 제도의 수혜를 받을 수 있고, 임대주택도 마찬가지로 일정 조건이 되어야만 수헤를 받을 수 있다. 회사는 연고지로 가거나 퇴사를 하는 순간 즉시 사택을 반납해야 하고, 임대주택도 조건이 안되거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퇴거를 하여야 한다.

 둘째, 경제적인 측면과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사택이나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자가주택을 구매하지 않은 이들은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그 목돈을 저축함으로써 물가상승에 대비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 헷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많은 직장인들이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데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대기업, 공기업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인들도 많은 자산을 가지지 못하고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주된 이유이다. 굳이 부동산 투자, 각종 재테크 등을 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이 부분에 대한 마인드만 잘 갖추어도 세월이 흐른 뒤, 어느 정도의 자산은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만약 현재 좋은 회사를 다니면서 사택 제도라는 좋은 사내 복지수혜를 받고 있거나, 국가나 지자제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에 좋은 조건으로 거주하고 있다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어떤 결과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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