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산 귀신의 정체와 삿된 것들

[노파 문학관 : 해남] 37일차. 천관산 등산 후

by NOPA


20260416

#1. 천관산 귀신의 정체

제가 사실 굉장히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귀신이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요. 대신, 귀신 붙은 사람들은 많이 옵니다.

그게 누군데요?

바로... 무당들입니다.


그제야 절 곳곳에 붙은, 산신 기도 하는 사람, 몸에 화장품 바른 사람은 오지 말라던 안내 문구가 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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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당이 절엔 왜 오는 것일까?

스님은 천관산이 굉장히 기가 좋은 곳이라고 다. 당신도 원래 송광사에서 수행하셨는데, 모든 불편함을 무릅쓰고 이곳에서 홀로 수행하기로 결심할 만큼 천관산은 기가 좋고 영험한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무당들도 그렇게 많이 오는 것이라고.


그건 참 이상한 일이다. 좋은 곳에 왔으면 좋은 기 받고 곱게 갈 일이지, 왜 부처님 진신사리 모신 사찰에 와서 산신 기도를 하는 걸까. 그건 뭐랄까, 상도가 아니지 않나? 제대로 된 무당은 그런 짓 안 한다고 들었다. 삿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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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적멸보궁, 탑산사 풍경


참고로 초기 불교에서는 천신과 귀신이 다 존재한다고 믿는다. 5년 전만 해도 철저한 유물론자였던 내게 그런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기에 짧은 기간 동안 나의 세계관이 완전히 뒤집힌 셈다.


그런데 의외로 혼란보다는 많은 것들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있다고 믿으면 없다고 생각할 때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 상당부분 이해되기 때문인데, 소설을 쓰기에는 그런 게 존재하는 세계가 아무래도 더 흥미롭다.


불교 교리에서 천신은 하나님, 브라만, 옥황상제 등 전능함을 지닌 이로운 존재를 말하고, 귀신은 자유로에서 종종 목격된다는 그 여자, 아니면 어느 날 불쑥 나타난 ‘돌아가신 누구누구’, 혹은 조상신 등 아귀 지옥에 떨어진 존재를 말한다.


무당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신이 천신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불교에서 보면 그냥 귀신인 것이다. 돈 주면 살도 날려주는 존재가 천신일 수는 없으니까. 돈은 귀신이나 좋아하지 신은 그런 거 필요 없다. 그러니 신의 뜻이라면서 돈 내놓으라는 사람의 말은 믿지 마십쇼. 귀신 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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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넘은 철주전자로 우린 보이차


그렇게 영험한 곳에서 기를 잔뜩 받고, 차도 잔뜩 마시고, 힘을 내어 계단 지옥을 되짚어 오며 발길을 재촉했더니 30분 만에 천관산 정상에 다다랐다. 이렇게 빨리 오르다니, 진짜 기가 좋은 산이긴 한가보다.


한때 제단으로 사용됐다는 연대봉 터에 오르니 놀라운 풍광이 펼쳐졌다. 지리산부터 한라산까지,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로 조망됐다. 기보다 뷰가 더 좋은 산이었다.

천관산 정상. 지리산부터 한라산까지


울면서 빵과 초콜릿을 꺼내 먹었다. 풍광이 기가 막힌 곳에 서면 반드시 뭔가를 먹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 그러면 지리산부터 한라산까지 다 뱃속으로 욱여넣은 듯한 포만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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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시간 19분 만에 하산했다. 723미터 상공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한 시간 반도 안 걸리다니, 날아 내려온 기분이다. 진짜 기가 좋은 곳이긴 한가보다.


하산길의 풍광도 눈물이 나올만큼 멋졌다. 아무리 이름난 명산도 이렇게 산 중턱까지 시야가 넓게 조망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이렇게 힘들이지 않으면서 최고의 풍광을 즐길 수 있으니 무당도 좋아하고 스님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것이다.


모두의 최애, 천관산!

와서 기 받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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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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