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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Nov 02. 2023

엄마가 집으로 왔다.

엄마가 드디어 퇴원을 했다.

환자 퇴원 요약서에 엄마의 상태는 '경쾌'로 체크되어 있었다. 완쾌, 경쾌, 가망 없음, 48시간 이내 가망 없음 등의 상태가 있었는데, 완쾌는 아니지만 꽤 괜찮은 결과라 만족스러웠다.


엄마는 모든 살붙이가 떨어져 나간 듯 뼈만 앙상했다. 그런 엄마가 처음엔 왠지 무섭고 낯설었다. 엄마의 먹는 것, 말투까지 모든 게 날 서고 찌를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근 한 달여 만에 달라진 모습이라 그랬지, 조금 지나니 엄마의 모습은 다시 익숙해지긴 했다. 아이들도 곧잘 할머니 곁으로 가 재잘거렸고, 나는 일상을 두 배로 살아야 하기에 더없이 분주했다. 


다행히 엄마는 힘들이는 것 말고는 대부분의 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내가 특별히 해드려야 할 건 없었다. 삼시 세끼 준비해 두는 것, 약을 제 때 드실 수 있도록 챙겨 놓는 것, 열 체크, 청소 정도인데, 우리 식구 먹을 밥 준비하는 것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되고, 다 하던 것들인데, 첫날부터 "장난이 아니구나. 내 체력과 정신력을 넘어서는데.."싶은 건 왜인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다. 


눈뜨자마자 아침준비를 한다. 가족들 먹이고 등원, 등교하고 집에 돌아와 커피 한잔 한 후, 집정리와 설거지, 빨래 등을 한다. (엄마가 온 이틀 동안은 설거지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출근하여 일하고, 퇴근 후 막내 픽업, 저녁 준비, 나머지 아이들 픽업, 저녁식사, 치우고 정리, 아이들 과제 및 씻기고 재우는 게 하루 일과다. 원래도 분명 이 정도하고 있었는데 왜 더 체력이 바닥일까? 


글을 쓰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카톡을 보냈다. 위의 일과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어보기 위해서. 남편 본인도 집에 오면 쉬지 못하는 건 알고 있지만, 왜 이렇게 본인만 쏙 빠지는 것 같은 얄미움과 억울함이 절정에 다다르는 건지. 어제도 아이들에게 얼마나 화를 냈는지. 왜 그 억울함이 자꾸 아이들에게 전가되는지. 


답변이 왔다.


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


내가 바란 건 마음이 아니라 행동인데!!!!!!!!!!!!!!!!!!!!!!!!!!!!!!!!


하지만 어쩌겠나, 올 수 없는 환경에 처한 것을.


자매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나? 하지만 엄마 때문에 일이 많아진 건 아니다. 남편 바쁜 때랑 겹쳐서 손이 부족할 뿐...... 뭐를 간소화해야 하나.......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일주일정도 지나다 보면 정리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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