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목. 욕. 탕!
막내가 5세를 넘기고부터 우리 집 여자 셋은 쌀쌀해지면 목욕탕을 간다. 아이들은 제법 뜨거운 물에서도 잘 견디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재잘댄다. [장수탕 선녀님]에서 본 목욕탕 놀이도 함께 해보고, 얼굴이 벌~개질 즈음엔 아이스티 한 잔을 사 먹고, 서로의 벗은 몸을 보고 히히 호호하며 잘 씻고 나가는 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틈만 나면 목욕탕을 가자고 졸라댄다.
딸과 목욕탕을 다니는 일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딸부잣집인 내 어린 시절에도 가족들과 함께 가는 목욕탕은 따뜻하고 즐거운 추억이기 때문이다. 딸만 셋이었기에 아빠 빼고는 모두 주말이면 목욕탕에 모여 탕 속에서, 사우나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내 어릴 적엔 때를 미는 고통의 순간을 지나야 했는데, 요즘엔 때 미는 게 피부에 좋지 않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은 오롯이 목욕탕은 따뜻한 물놀이터일 게다.
좋은 기억이 많을수록 대물림되는 좋은 영향도 단연 많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상처보다도 좋았던 기억을 더 많이 끄집어내면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전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지난 과거의 상처들을 들춰보느냐고 좋았던 많은 기억을 놓치고 산 것은 아닐까?
좋은 기억들을 줄줄이 꺼내어 행복의 퍼즐을 맞추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