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친구 엄마, 이제는 내 친구이기도 한 동네친구가 아들을 데리고 놀러 왔다. 아들들은 만나자마자 신나게 놀기 시작했고, 딸들은 엄마들 곁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기에 베란다 구석에 묵혀 두었던 겨울왕국 레고를 꺼내 들었다.
"자, 딸들은 이걸 만들어보렴."
어쩐 일인지 친구가 더 신나게 조립을 하기 시작하더니, 집중력이 흐름을 타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틀었다. 음악을 틀으니 키즈카페 같기도 하고, 레고 카페 같기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음악을 들으며 레고도 하니 한층 기분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어느 날은 친구가 스파게티를 해주겠다고 하여 아이들 등원 후 출근준비를 마치고 그녀의 집에 들렀다. 처음 가본 그녀의 집에는 잔잔한 음악이 나오고 있었고, 아이스커피와 스파게티와 불맛을 넣은 오리고기와 빈의 조합은 여느 카페보다 질 좋고 분위기 좋은 잊지 못할 만찬이었다.
그녀에게 영감을 받아 집에서 루틴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지만 몸이 축축 처질 때, 음악을 사용해 보았다. 유튜브에는 '설거지할 때 들으면 신나는 음악'까지도 친절히 업로드되어 있었다. 나는 그 후로 설거지할 때도, 청소를 할 때도, 도서관에서도,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검색하여 틀어 놓았다. 역시나, 한결 나았다. 안 움직이던 몸이 들썩이며 집중하여 일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다른 친구는 라디오를 벗 삼아 집에 있는데, 아침, 점심, 저녁 프로그램에 문자 사연을 보내고 모두 당첨된 이도 있었다. 이참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매할까, mp3 오디오를 구매해 볼까 궁리 중이다.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음악, 나도 더 잘 들어보고자 말이다.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 장소, 음식 따위의 목록이 정리되어 있으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 이렇게 리스트 업만 해두어도 돈이 되는 세상인데. 작은 수고로움으로 얼굴 모르는 타인에게까지 즐거움을 주는 이들이 있으니, 리스트업을 하는 정성은 없을지어도 감사할 일이다.
오늘 나의 일터 도서관에는 이른 크리스마스 캐럴 재즈가 흐른다.
미리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