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박씨 Oct 23. 2023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

남편은 사람들 눈에 보이는 일을 한다. 주말도 없이 바쁘지만, 사람들이 늘 지켜보는 덕에, 피곤해 보이면 피로제를, 목이 아파 보이면 배즙을, 배고파 보이면 음식을, 옷이 추레하면 옷가지를, 필요해 보이는 갖가지를 선물해 준다. 박봉인데도 고생하는 처지를 귀하게 여겨 주시는 것이리라.


감사하다.


나는 눈에 안 보이는 집을 챙긴다. 가족이 먹을 밥을 하고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다시 설거지를 하고 정리하고 아이들 숙제를 챙기고 잠자리에 든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실내화를 빨라고 시켰다. 자기 것을 깨끗하게 챙기는 경험을 위하여. 물놀이하듯 아이들은 신나게 칫솔로 실내화를 비벼댔고, 막내는 힘들다며 엄마가 해달라고 했다. 막내 실내화를 빨며, 어쩐지 이 수고가 흔쾌히 기뻤다. 만 원짜리 실내화 하나 더 살까도 했지만, 내 손으로 깨끗이 하는 즐거움이랄까. 오늘 설교시간에 졸기만 했는데, 어찌 이런 은혜가!


그래, 양지가 있으면 음지는 필연적이지. 내 작은 수고로 누군가 양지로 나갈 수 있다면, 결코 작은 수고가 아니지. 회사에서도 마케팅이 있기 위해선 수많은 지원부서가 있지 않은가. 지원부서 없이는 영업을 할 수 없나니!

.

.

.


그리고 나는, 숨어서 글을 쓴다. 남편도 없고, 아이도 모두 잠든 때에, 나 혼자 오롯이. 혼자일 때 쓰는 게 마음이 편하고 안정된다. 가족에게 내 글을 보이는 건  왠지 더 부끄럽달까.


가족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 음지의 글이 양지로 나아가고 싶기에, 종래에는 내 가족들이 음지에서 나를 응원해주갈 바라며, 작가의 꿈을 오늘도 꿔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반성은 이제 그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