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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Oct 20. 2023

자기반성은 이제 그만!

쓴 글의 마무리가 왜 이렇게 아쉬울까. 생각해 봤더니 늘 자기반성, 과거에 대한 후회, 한 일을 되돌아보고 같은 기억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구나!




오래전 베스트셀러『미움받을 용기』는 심리학 제3의 거장 '아들러'의 이론을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형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에서의 청년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다. 출신이나 학력, 외모에 관해서도 심한 열등감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고, 남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하지 못해 늘 자기혐오에 빠졌다. 그런 청년에게 아들러의 이론을 설명하는 철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아들러의 이론은 자기 수용->타자신뢰->타자공헌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나의 부족한 부분은 수용하되, 바꿀 수 있는 나의 현재를 가꾸어 나가는 것. 그것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다. 그의 이론은 과거와 미래는 보지 않는다. 단지 '지금, 여기'에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현재에 머무르는 삶을 살게 한다.


선으로 이어지는 인생이 아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점'들이 이어서 완성되는 인생, 찰나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히고, 과거에 의해 현재를 결론 내어 버리는 '붙들린 인생'이 아니라, 현재의 나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인생, 행복할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행복할 수 있다는 '용기의 심리학'이다.





함께 글을 쓰는 지기인 친구는 오늘 자신의 딸을 보며 글을 올렸더랬다. 자신의 장점을 발표하는 학교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딸을 보며, 엄마인 자신을 돌아보는 글이었다. 친구도 딸과 같았다. 잘한다는 기준이 높아 좀처럼 자신의 장점에 만족하지 않는 성미였다. 그런 그녀에게 " 그림 잘 그리잖아, 글 잘 쓰잖아, 참을성이 좋잖아, 잘 들어주잖아" 등의 숱한 장점을 이야기해 주곤 했으나, 그녀 역시 쉬 수긍하지 못했다. 더 잘 그리고, 잘 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쩜 그리 똑같으냐고 웃지 못할 웃음을 지었다. 나라고 다를까. 나도 나의 단점과 부족한 점에만 자꾸 눈길이, 글 길이 닿았다. 


우리, 시선을 바꿔보자!

후회되고 부족한 과거들 말고, 잘 선택한 이야기들. 나를 즐겁게 했던 기억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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