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드디어 퇴원을 했다.
환자 퇴원 요약서에 엄마의 상태는 '경쾌'로 체크되어 있었다. 완쾌, 경쾌, 가망 없음, 48시간 이내 가망 없음 등의 상태가 있었는데, 완쾌는 아니지만 꽤 괜찮은 결과라 만족스러웠다.
엄마는 모든 살붙이가 떨어져 나간 듯 뼈만 앙상했다. 그런 엄마가 처음엔 왠지 무섭고 낯설었다. 엄마의 먹는 것, 말투까지 모든 게 날 서고 찌를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근 한 달여 만에 달라진 모습이라 그랬지, 조금 지나니 엄마의 모습은 다시 익숙해지긴 했다. 아이들도 곧잘 할머니 곁으로 가 재잘거렸고, 나는 일상을 두 배로 살아야 하기에 더없이 분주했다.
다행히 엄마는 힘들이는 것 말고는 대부분의 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내가 특별히 해드려야 할 건 없었다. 삼시 세끼 준비해 두는 것, 약을 제 때 드실 수 있도록 챙겨 놓는 것, 열 체크, 청소 정도인데, 우리 식구 먹을 밥 준비하는 것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되고, 다 하던 것들인데, 첫날부터 "장난이 아니구나. 내 체력과 정신력을 넘어서는데.."싶은 건 왜인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다.
눈뜨자마자 아침준비를 한다. 가족들 먹이고 등원, 등교하고 집에 돌아와 커피 한잔 한 후, 집정리와 설거지, 빨래 등을 한다. (엄마가 온 이틀 동안은 설거지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출근하여 일하고, 퇴근 후 막내 픽업, 저녁 준비, 나머지 아이들 픽업, 저녁식사, 치우고 정리, 아이들 과제 및 씻기고 재우는 게 하루 일과다. 원래도 분명 이 정도하고 있었는데 왜 더 체력이 바닥일까?
글을 쓰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카톡을 보냈다. 위의 일과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어보기 위해서. 남편 본인도 집에 오면 쉬지 못하는 건 알고 있지만, 왜 이렇게 본인만 쏙 빠지는 것 같은 얄미움과 억울함이 절정에 다다르는 건지. 어제도 아이들에게 얼마나 화를 냈는지. 왜 그 억울함이 자꾸 아이들에게 전가되는지.
답변이 왔다.
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
내가 바란 건 마음이 아니라 행동인데!!!!!!!!!!!!!!!!!!!!!!!!!!!!!!!!
하지만 어쩌겠나, 올 수 없는 환경에 처한 것을.
자매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나? 하지만 엄마 때문에 일이 많아진 건 아니다. 남편 바쁜 때랑 겹쳐서 손이 부족할 뿐...... 뭐를 간소화해야 하나.......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일주일정도 지나다 보면 정리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