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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gom Jul 10. 2022

강제 채식 당한 자의 하루

풀 좋아하세요?


만성 육아종성 유방염이라는 이상한 병을 얻고나니,

이제 먹어선 안 될 것에 대해 검색해봅니다.


이런...


유제품, 달걀, 고기, 기름진 음식, 단 음식을 피하라고 합니다.

술 마시지 말 것...


정확히 제가 먹는 음식들이네요?

이 병은 기어코 절에 들어가 살아야 비로소 낫는 병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저의 식습관을 돌이켜보면,

물에 담근 고기는 비선호.

생선보단 역시 육고기, 그중에서도 닭갈비, 소고기구이.


갑자기 한순간 고기를 안 먹으려고 보니, 남편에게 아직 병명을 말하지 않은 상황에서 눈 앞에 놓여지는 먹음직스러운 돼지갈비 외식과 소불고기.

그나마 백열무김치를 주문했더니 바로 와줘서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앞으로 열무김치랑 밥만 먹게 생겼습니다.


이틀이나 지났을까. 외식을 일식집에서, 돼지갈비집에서, 중국집에서 했는데

먹을 수 있는건 중국식냉면 뿐이고...


역시나 짧디 짧은 인내력은 뚝 끊겨서 탕수육 폭풍 흡입. 돼지갈비는 쌈으로 최대한 채소 눈덩이를 만들어 먹었고... 일식집에서도 인내력 삭제되어서 일식 튀김 흡입...


제일 대단했던 것은 밀크 아이스크림을 계속 내 입에 넣어주는 남편....OMG

(남편 나도 아이스크림...정말 좋아해 ㅠㅠ)


도대체 비건인 분들은 채식을 어떻게 하고 사는거죠? 야매 채식이라도 해볼까 했더니 세상 힘듦...

여기에 no과일, no밀가루까지는 시도조차 못하겠군요.


풀을 정말 싫어합니다.


하지만 만34세. 몸에서 이상 신호가 오고, 당은 경계성으로, 공복혈당장애. 

가지가지하는 몸의 상황에서 확실히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흰민들레즙은 왔는데 꼴도 보기 싫어서 택배를 뜯지 않고 있고...


그래도 또 살아보겠다고,

우리 애기 잘 키우고 오래 살아야한다고,


병원 예약도 잡고. 음식도 최대한 죄책감을 느껴가며(?????) 가려 먹으려 시도하고있습니다.


냉장고에 남편이 내일 먹자며 사둔 부대찌개는....참 한숨이.

그동안의 우리 가족 식습관이 이랬구나 싶어서

서글프기도하고, 힘들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내일이 옵니다.

쌉싸름한 음식들과 버티는 하루하루가 또 새로운 시험입니다.


20대때는 마구 썼던 나의 건강.

이제는 출산 이후 확연히 바뀌어 관리하며 써야 할 나의 몸.



그럼에도 밤을 새고 있는 나의 슬픈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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