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쏠SOL Nov 19. 2018

일년동안 돌아오지 않을거야.

일년이 넘는 고백의 시간들.

일년동안 돌아오지 않을거야.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


밤 열시만 넘어도 안전 귀가를 걱정하는 가족에게 

일 년의 부재를 설득하는 과정은 꽤나 버거웠다.


할 말이 있다고

조개구이를 사겠다며 불러낸 그 집에서 시작된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오랜 날동안 이어졌다.     



부모님이 어떻게 허락하셨어요? 
부모님 걱정은 안돼요?
부모님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 오랜 동안 설득했어요. 

학교로 편지도 보내고 한참을 서로 듣기만도 해보고. 

어떤 날은 다른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서로 큰 소리를 내며 주장을 하기도 하구요.

제가 설득이라고 했나요? 설득일까요. 어쩌면 포기하셨겠죠, 제가 말라 죽을까봐.


- 걱정이 되죠. 많이 되죠. 

그치만 잠깐의 만족을 드리고 죽기 전에 비수를 꽂느니, 

그땐 죄송했지만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노라고,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인생이 되었노라고 말씀드리길 바랐어요. 


- 정말 대단하시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저를 만들어 주신 거에 지금도 감사하죠. 이토록 독립적인 딸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늙으셨겠죠.





지난 날을 회상할 때 부족함을 느낄 것 같아 지레 겁을 먹고, 채우기 위해 떠났다.



어린 날의 내게 자랑스럽고 

늙은 날의 내게 당당할 인생을 위해,


젊은 날의 내가 내린, 

마음으로 부터 결정한 순간이었다.


조개구이를 먹던 그 날,

좀더 온전히, 내게 집중해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이전 03화 갑자기 멈춰 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