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청년 보장 정책의 기조
18년도에 이어 19년도에도 가장 행복한 나라로 핀란드가 꼽혔다. 핀란드는 오히려 자이리톨, 산타, 오로라 등으로 유명하다. 내가 핀란드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세계적인 스타트업 컨퍼런스 ‘슬러쉬’다. 2015년도에 제주에서는 크래비티데이라는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그 동안 접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 기획자는 ‘슬러쉬’, ‘SXSW’를 모티브로 구성하였다고 말하면서 ‘슬러쉬’와 핀란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관심이 우연과 겹치면서 약 10일 간 핀란드를 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슬러쉬’는 스타트업 관계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것이다. 여러 스타트업들이 참여하면서 혁신 기술들이 세상에 드러난다. 기술들이 다양한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투자시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이고, 창업자들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이 컨퍼런스를 만든 것은 바로 청년들이었다. 현재 슬러시를 주최하는 스타트업 사우나의 대표 안드레아스 사리는 90년대 생이다.
‘핀란드는 심심해서 창업하는 동네이다.’. 핀란드 취재가 확정된 후 핀란드 유학 경험이 있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핀란드의 겨울은 10시가 되어야 해가 보이며, 오후 3시부터는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 같은 자연적 환경 때문인지 유흥거리로 가득 찬 한국의 밤 문화와는 상당히 대비되는 회색도시이다. 6시 정도가 되면 길거리에서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로 핀란드는 우울증 환자들이 많으며, 이로 인한 자살률이 90년대에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던 나라였다.
북유럽의 복지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유명하다.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나라들인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모두 10위 권 이내에 꼽혔다. 그 중 핀란드는 2017년부터 18년까지 2년 간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실험이었기에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며,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 간의 격론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이런 실험이 진행되는 것이 핀란드의 복지를 대표할 수 있다. 대학까지 이어지는 무상교육도 대표적이다.
핀란드는 독서열이 상당히 높은 국가이다. 17년도 기준으로 약 7천명이 인구가 1곳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핀란드 답사 중 인터뷰를 위해 우연히 찾게 된 대표적인 수확 중 하나가 오디 도서관이다. 이곳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도서관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도서관이라서 책은 필수이므로 약 10만 권의 책을 3층에 소장되어 있다. 그러나 2층에는 커뮤니티 룸을 비롯하여 게임방, 3D프린터실, 현수막 제작기, 재봉틀 등이 다양한 구성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려도 그에 대해 불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시민의식으로 잡혀있는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핀란드의 복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상당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느낀다. 무엇보다 핀란드는 상당한 세금을 낸다. 그렇기에 복지를 누리고 이민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책적 효용감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어쩌면 회색도시라는 우울한 자연적 환경을 복지라는 사회적 환경으로 국민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는 것은 핀란드가 청년들을 대하는 정책과 기조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취업성공패키지와 비슷한 유로의 유스갤런티 정책이 있다. 청년 실업률은 전 세계적인 이슈로 유로에서도 2013년부터 시행되었다. 핀란드는 실업자 등록 후 3개월 이내 일자리 매칭 혹은 교육 등을 제공한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예산 소진시까지의 신청자에 한 해서 직무교육을 진행하는 것과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이긴 하다. 등록만 한다면 누구라도 지원 받을 수 있다. 유스개런티를 진행하는 핀란드 고용부 담당자는 아직도 많은 청년들이 정책의 지원을 못 받고 있으며, 무조건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직 미완이 정책이며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유스개런티가 기대보다 효과가 미비하여 새로 나온 대안이 ‘오흐야모’이다. 국내의 청년센터와 같은 개념이다. 청년이라면 누구나가 편하게 갈 수 있으며, 자신의 고민을 전문가와 매칭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오흐야모는 일자리부터 학업, 생활, 주거 등 청년들이 갖는 모든 고민을 정부 관계자 혹은 민간의 전문가들과 매칭해준다. 소위 NEET로 분류되는 한 친구는 집에서만 지내다 부모님의 추천으로 오흐야모를 찾은 후 일자리를 찾고, 조만간 한국을 찾을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오흐야모를 통해 일자리를 찾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자존감을 찾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흐야모는 접근성을 상당히 중요시 여긴다. 누구라도 관심을 갖는다면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위치하며, 70개 지역에 위치한 ‘오흐야모’는 계속 늘어가는 중이라고 한다. 더 많은 청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함이다.
핀란드의 교육은 많은 나라들의 벤치마킹 모델이다. 그 중 알토대학은 핀란드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의 창업자를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슬러시를 만들어낸 스타트업사우나도 이 대학의 동아리다. 알토대학은 헬싱키의 공대, 디자인대, 경제대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교과과제도 창업이며, 공유오피스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게 하는 것은 그 곳에서는 당연할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교내 곳곳에 목공장, 3D프린터실 등을 갖추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대학에서는 이런 문화를 따라가려는 추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교수들의 태도였다. 핀란드는 학생들이 교수를 찾아갈 경우 하던 일을 무조건 중단하고 면답을 진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또한, 수업에서도 정답을 가르쳐주기보다는 방법을 알려주고, 조언을 하는 역할이다. 우리나라는 갑질이라고 불리기까지 하는 교수들의 권위들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 물론 좋은 교수님들도 많지만. 많이 상반 된 모습이다.
핀란드 청년들을 만나면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알리안시 탈로’였다. 다녀 온 후 30대 여성이 핀란드의 총리가 되었다. 많은 언론에서 다루면서 ‘왜 우리나라는 안 될까?’라는 말이 있었지만 ‘알리안시 탈로’를 안다면 충분히 이유를 알게 된다. 알리안시 탈로는 핀란드의 130여개의 청년단체의 연합체이다. 청년들의 문제를 직접 파악하고, 협의하여 우선순위를 정한 후 정책결정권자들과 직접 협의한다. 청년들이 직접 자신들의 문제를 갖고 정치적으로 해결해 간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알리안시 탈로가 국가적(심지어 유로에서도)으로 이들을 인정하고 재정적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의 정치인을 국가가 나서서 키우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2~30대에 정치를 꿈꾸는 자가 나서기 힘들어 하는 지점도 충분히 있는 모습에서는 안타깝다.
핀란드에서 청년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느낀 3가지 모습은 ‘워크 비사이드’, ‘존중과 지원’, ‘바텀업’이다. 그들이 직접 말하기도 했지만 보는 내내 이 3가지 모습을 느낀 것은 정말 그들의 기조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내가 본 몇몇 관계자들은 말로는 번지르 하지만 정작 과정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유스갤런티, 오흐야모, 알리안시 탈로 등으로 촘촘하게 청년들을 대하면서도 사각지대를 찾아 나섰다. ‘아웃리치 유스’라는 정책이 있는데 핀란드의 청년정책을 모르거나, 찾아오지 못 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판단하에 시작되었다. 핀란드에서는 사회복지사(우리가 만난 분들은 모두 청년이었다.)들을 청년들이 많이 찾아가는 장소에 보내거나, 미취업자 중 청년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 하는 청년들을 직접 찾아가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강요하거나 제안하지 않는다. 그냥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있어준다. 그들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청년들이 그것을 깨닫고 무엇을 하고자 의지를 살리는 시간은 2~4년 정도라고 한다. 사회복지사들은 그렇게 2~4년을 함께 있어준다. 그리고 묵묵히 함께 걸어준다.
오흐야모를 찾는 청년들은 다양한 욕구와 고민이 있을 것이다. 짧게는 몇 일이지만 길면은 몇 개월, 몇 년 간의 고민 끝에 오흐야모를 찾는 청년들이 많다. 오흐야모는 그런 그들에게 1:1 면담을 통해 그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도 그들이 원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묻고, 또 묻는다. 오흐야모의 직원들에게는 청년들을 존중으로 대하는 과정이 우선이다. 그리고 청년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지원을 해준다. 한 사례로 취업 고민으로 왔던 한 청년이 있었다. 2~3차례 취업 후에도 정착을 못 하는 청년이었다. 오흐야모에서는 그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그 문제의 원인은 안정되지 못 한 주거였다. 주거를 계속 옮기게 된 그 청년은 일자리에 집중하지 못 하는 경향이 있었다. 오흐야모는 주거지원 정책을 소개하며 그 청년이 일자리에 집중할 수 있는 주거를 마련해주었다. 국내의 경우 무엇을 지원받고자 하면 ‘안 되요.’라는 말 혹은 타부서에 넘기는 것을 몇 차례씩 겪어본다. 어쩌면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온 청년들에게 ‘안 되요.’라는 말은 정말 많은 상처를 남긴다. 하다못해 왜 안 되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를 이야기 해주기라도 한다면 힘을 내볼텐데 말이다. 오흐야모처럼 그들이 말하는 고민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준다면 지금 많은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 지원이 대상이 아니라 그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봐준다면 말이다.
수년 간 각 지역에서 데이터를 쌓아 온 오흐야모는 저마다의 특색을 갖는다. 지역마다 청년들이 고민이 다르기에 오흐야모도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오흐야모를 운영하는 정부는 그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오흐야모의 사례를 통해 국가 정책을 결정하거나 관련된 고민을 갖는 지역에 공유하기만 한다. 또한, 빠른 지원을 위해 실무자들이 직접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알리안시 탈로도 정책 결정은 130여개 단체에서 시작된다. 각 단체에서 필요한 사항들을 올리면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을 갖는다. 우리 나라의 주요 현안 중의 하나인 지방분권의 모델이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이다.
핀란드의 지원은 확실히 국내 정책 집행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완벽한 보편적 복지는 아니지만 이를 지향하면서 다가가고 있다. 그에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16년도에 서울시의 청년 수당을 갖고 서울시와 복지부의 갈등이 있었다. 심지어 성남시의 청년배당을 갖고 경기도와 성남시는 소송까지 가는 일이 있었다. 교육문화부 장관과의 인터뷰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물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왜 필요한가.”라는 답을 들었다. 당황할 수밖에 없는 대답이었다.
핀란드는 약 3~40%의 세금을 낸다. 그러나 그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아까워하지 않는다. 분명 우리나라와 많은 괴리가 분명히 있다. 조세제도를 통한 안정적 재정여건으로 지원정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분명 재정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없이 이를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것들을 시작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