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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야 May 31. 2021

착한 일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어스킬(2017)

최근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은 공동체적이고, 이타적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주장에 상당히 동의한다. 개인의 안정성이 담보된다면 우리는 충분히 주변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타적 행동에도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고민이 필요하다. 청년활동 동지인 유자는 한 토론에서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는 채 파스만 붙이려 한다.”라고 말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는 선한의도가 좋은 결과로 낳을 방법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저자는 두 가지 사례를 이야기 한다.

▪ 트레버 필드의 플레이펌프 사례

트레버 필드는 수동펌프로 식수를 겨우 충당하는 지역에 플레이펌프를 설치하였다. 플레이펌프는 아이들의 놀이기구를 통해 식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계였다. 필드는 아이들이 놀이와 식수를 한 번에 해결한 듯 했다. 이런 이슈는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더 많은 지역에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 뒤 찾아가 본 그 지역에서 플레이펌프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아이들은 플레이펌프를 타다가 다치거나, 구토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점점 흥미를 잃었다. 결국 플레이펌프를 돌리는 일은 여자들의 몫이 되었으며, 잦은 고장으로 활용하기도 무척 힘들었다. 

▪ 마이클 크레머와 레이철 클레너스터의 구충제 사례

크레머는 교육이 취약한 지역에 교육복지사업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크레머는 학교출석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교과서가 부족해보이니 책을 지급했고, 학교대신 일을 하는 상황에 비용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용대비 효과는 미비했다. 그러던 중 학교를 나오지 않는 학생들 대다수가 기생충 감염증세를 보였던 것을 파악하여 조사를 했다. 기생구충제로 결석률은 25%나 감소하였고, 10년 간의 추적조사 결과는 주당 3.4시간을 더 일하고, 소득도 20%나 증가했다. 어떤 방법보다도 비용 대배 효과가 가장 뛰어난 방법이었다.     


저자는 서론에서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데이터와 이성을 적용할 때라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크레머와 클레너스터처럼 자신의 행위가 남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남을 돕는 ‘특정’방식이 ‘소용없다’고 주장하거나 비난하려는게 아니라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은지 따져 보고 그것부터 먼저 실천하자는 말이다.     


책은 냉정한 이타주의자, 효율적 이타주의자를 위한 5가지 사고법은 제시한다.

첫 번째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두 번째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

세 번째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네 번째 우리가 돕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다섯 번째 성공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성공했을 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재벌, 권력자라도 자신의 모든 재산을 후원한다고 이 사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의 자원과 시간은 유한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이타적 행위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택을 해야 하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과 소외된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 후 우리 방법이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내용은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이타적 행위인 후원조차도 경제적 관점에서의 접근임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현재 후원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했다. 또한, 후원을 하기 위해서 알아보고 찾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은 오히려 이타적 행위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공익 활동가 및 이타적 활동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나 역시도 내가 하는 선한의도가 좋은 결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꼭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내가 생각한 결과물이 나오는지 찾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p.s.

저자는 머리말 이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는 대다수가 전 세계의 85%보다도 잘 살고 있다는 점을 말한다. 이는 미국의 빈곤기준선인 1만1000달러 이상의 소득자를 말한다. 그리고 2만8000달러. 약 3000만원의 연 소득을 갖고 있으면 이는 전 세계 상위 5%이다. 전 세계 인구의 평균소득은 하루 2달러 안팎이고, 50%의 인구가 약 4달러로 하루를 연명한다. “내가 나서서 도와 봤자 양동이에 물 한 방울 더 보태는 격이지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이타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여건임을 우리 모두가 인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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