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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견자가 되지 못해, 탓하다

by 엽서시
IMG_20150921_224345.jpg 서러운 것이 못내 시리다

나가려고, 옷을 찾는데 바지가 없다. 바지라고 있는 게 딱 네 벌인데.

어머니가 빨았다고, 궁색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죄다 빨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그렇다 하신다.

미안한데 오늘은 반바지를 입고 나가면 안되냔다.

안되냐 하신다.

아니, 있는 바지에는 유한락스를 죄 뿌리더니 그나마 안 뿌린 건 빨아서 못입게 하느냐고,

패악이 솟았다.

집을 나오니 다리가 시리다. 씨팔.

어머니는 얼마나 더 시리실까.

씨팔. 개자식아, 개 같은 놈아.

아니, 개 만도 못한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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