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엽서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엽서시 Sep 27. 2023

이의 빈자리

이를 뽑아낸 빈자리는 어찌나 넓은지

입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양반다리를 하고도 앉을 수 있을 것 같다


넓어진 입 안에서 혀는 어쩔 줄을 모른다

목줄이 풀린 개처럼 빈자리를 홰젓는다


사실은 안다

손가락 한 마디만큼도 못한 것이

빠져나간 것을


그러나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것의 크기는

오히려 없음으로 하여 더욱 커진다


이빨뿐인가 


있어야 할

있을 것이라고 내내 함께할 것이라 여기던


것…곳…그리고 사람…

의 빈자리는 어찌나 넓은가


내가 며칠을 홰젓고 다닐 만큼이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울음을 삼킬 만큼이다

길 잃은 개처럼 땅바닥에 주둥이를 박고 헤맬 만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쑥부쟁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